결벽증도 강박증이다-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싱글족이 늘어나며 각종 방송에서 혼자 사는 연예인의 삶을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몇몇 연예인이 지나치게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벽증’, ‘강박증’이란 단어가 방송에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여기서 '결벽증'이란 진단이 다소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결벽증'을 오염과 세균에 대한 병적인 공포증이라고 정의를 한다면 '특정 공포증'으로 진단할 수도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결벽증' 환자의 모습은 '강박증의 특정 타입'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강박증은 영어로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입니다. 약어로 OCD라고 합니다. 영어 사전을 살펴보면 'Obsession', 'Compulsion' 모두 '강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Obsession'은 '고민', '관념', '생각', 이런 단어들이 같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강박증은 Obsessive thought(강박사고)와 Compulsive behavior(강박행동)로 이뤄진 질환입니다.

 

많은 사람이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강박증은 다음과 같이 이해하면 됩니다.

1단계 : 나는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한 생각이 떠오른다. → 강박사고

2단계 : 이 생각이 나면 불쾌해지거나 불안하다.

3단계 : 그래서 나는 이 불쾌감, 불안감을 감소시키기 위해 특정 의식을 치른다. → 강박행동

4단계 : 이 행동을 하면 불쾌감, 불안감이 줄어든다.

 

중학생인 A 양은 집에서 뉴스를 보게 됩니다. 최근 여성 혼자 있는 집에 침입해 성폭행하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뉴스 끝에 특별히 문단속을 부탁하는 기자의 코멘트가 있습니다. A 양은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 집 현관문이 잠겨 있을까?'

'내가 지금 확인하러 가는 사이에 범인이 침입하면 어떡하지?'

이 사건이 있고 난 뒤, A 양은 집에 있으면 수시로 현관문이 잠겼는지 확인해야 안심이 됩니다.

 

 

A 양은 ‘범죄자가 침입할지 모른다’라는 강박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강박사고가 들면 불안감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A는 강박행동으로 ‘현관문이 잠겼는지 확인합니다.’ 그러면 불안감이 조금 줄어듭니다. A 양은 이런 불안감이 너무 싫습니다. 그래서 한 시간에 몇 번이고 현관문이 잠겼는지 확인합니다.

오염에 대한 강박증이 있는 환자 또한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부적 강화'라는 악순환의 과정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 부적 강화: 불쾌한 자극을 제거하기 위해 특정 행동 빈도가 증가하는 현상

 

강박증(특히 강박행동)이 꼭 눈으로 보이는 것만은 아닙니다.

고등학생인 B 군은 1년 전 어릴 때부터 자신을 길러 준 할머니에게 심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꾸지람을 듣는 중 B는 '할머니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B는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생각을 떨치고 겨우 잠이 든 B 군은 아침에 할머니를 보자 다시 그 생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어제 내가 한 생각 취소야, 취소야!'라고 외쳤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실제 일이 발생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이후 B 군은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해서 아픈 것 같아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자신이 너무 못된 아이 같다는 생각에 우울합니다.

B 군은 할머니와 관련된 상황에서 '할머니가 죽어버렸으면...'하는 강박사고가 있습니다. 이 생각은 B를 힘들게 합니다. 이 생각 때문에 할머니가 정말 돌아가실 것 같아서 늘 걱정을 합니다. B 군은 이 불쾌감을 피하고자 할머니와 마주치는 것을 피하거나, '내가 한 말 취소야'라는 생각을 반복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행위도 강박행동입니다.

강박행동이 B 군처럼 특정 생각을 계속하는 행위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발견이 힘듭니다. 상당수의 환자가 성인이 된 이후 찾아와서 '어린 시절부터 증상이 있었는데...'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강박증을 앓는 환자들은 자신들의 증상과 관련된 ‘인지 왜곡’이 있습니다.

A 양을 보면, 특정 상황에 대한 위협의 정도를 실제보다 지나치게 높게 평가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조금이라도 확실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고, 혹시 자신이 뭔가 중요한 실수를 범하지나 않았나 싶어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입니다.

B 군을 보면, 어떠한 상황에 대해 지나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쉽게 죄책감에 빠져들게 됩니다. B 환자의 강박행동은 할머니에게 위해가 생기지 않도록 막는 일종의 의식임과 동시에 자기방어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설명을 환자에게 하면, 늘 오고 가는 대화가 있습니다.

"그럼 마음을 고쳐먹으면 되는 건가요?"

"스스로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으면 여기에 오셨을까요? 몸이 아픈 것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듯이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B 군의 예를 설명하면서 잠깐 언급했지만, 강박증 환자들은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소아강박증의 경우 틱장애와 매우 높은 연관성을 보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강박증으로 진단될 당시 틱장애가 같이 있을 경우(공존율)는 20~38%, 평생 공존율은 26~59%까지 보고하고 있습니다. 성인 강박장애에서 평생 공존율 12~19%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틱과 연관된 강박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으므로 반드시 틱장애 동반 여부를 평가하고 이와 함께 치료해야 합니다.

※현재 연구 결과 강박증, 우울증, 틱장애는 의심되고 있는 유전적 원인 중 일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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