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완치가 되나요?

[정신의학신문 : 대한조현병학회 김성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현병, 완치가 되나요?

병원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완치되는 질병이 얼마나 있을까? 암이나 치매는 물론이고,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흔한 성인병을 포함하여, 관절염, 간염, 아토피 등 대부분의 질병이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질병이다. 그 흔한 감기조차도 해마다 예방하기 위해 주사를 맞아야 하니 완치되는 질병을 찾을 수 있을까?

조현병 역시 꾸준한 유지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자주 재발하기 때문에 완치를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의학이 발전하면서 더욱 효과적인 치료방법들이 제시되고 있고, 특히 조현병의 전 단계인 고위험 상태에서 적극적인 조치로 조현병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여러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 증상을 발견하여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지이다. 이 때문에 조현병을 치료 시작 시기에 따라 1~4기로 나눠 구분하기도 하는데, 암이나 다른 신체 질병처럼 병기에 따라 치료 반응과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경과가 좋지 않고 기능이 저하되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충분히 회복하여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마치 내시경으로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전신마취나 개복 없이 내시경 절제로 며칠 후 일상생활이 바로 가능하지만, 통증이 시작된 뒤 위암을 늦게 발견하면 배를 열고 위 전체를 절제해 후유증이 많이 남는 것과 비슷하다.

 

‘조현(調絃)’은 ‘현을 고르다’라는 뜻으로 현악기의 현처럼 연결되어 있는 우리 뇌의 신경구조가 조율이 잘 되지 않아 정신적 혼란스러움이 찾아오고 예민해진다는 의미이다. 조현병은 대부분 10~30대의 젊은 나이에 시작되므로 청소년과 청년들의 정신건강 관리가 중요하다.

환청과 피해망상이 조현병의 대표적 증상인데, 이와 유사한 증상은 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다. 아무도 없는데 자신의 이름을 부르거나 휴대폰 벨이 울리는 소리를 듣는 착각을 경험하거나, 근거 없이 동료들이 내 흉을 본다고 느끼거나, 내가 관심 갖고 있는 분야가 인터넷 광고에 자주 등장해 내 정보만 유출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경험 등도 조현병의 증상과 비슷한 원리로 발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주위의 상황에 지나치게 예민해져 경계와 의심이 강해지고, 자극이나 소음도 강하게 느껴지면서 혼자만의 소리를 듣게 된다면 시급히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만나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2월 영국 총리는 국민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까지 약 10억 파운드(약 1조 7천억 원)의 추가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든 병원의 응급실에 24시간 정신질환 진료서비스를 갖추는데 4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처음으로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치료 시작을 앞당기는 것을 핵심 정책 중 하나로 발표했다. 호주에서는 2011년부터 4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여 초기 조현병 치료를 위한 청년 기관을 설립하고 있다. 미국도 2013년 이후 매년 수백억 원씩을 계속적으로 투입하여 조현병 조기치료를 위한 청년정신건강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자살이 청년 사망원인의 1위인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를 견고히 하기 위한 재정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광주정신보건시범사업에서 정신의료기관과 지역정신보건기관이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초기 조현병 환자의 치료를 돕고 관리할 때 재입원 비율이 크게 감소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정신건강센터나 학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마음건강 주치의’ 제도를 시행하여 많은 청년들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며 조기치료가 촉진되고 있다. 아울러 조현병 발병 시기인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정신건강 서비스 기관인 ‘마인드링크’를 개설하여 조현병 치료 시기가 앞당겨지고 경과도 좋아졌다.

이러한 정신건강 조기중재 모형을 전국적으로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 정신질환의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 강화에 대한 국가의 투자는 결과적으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의 감소로 돌아오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어떠한 불편이나 불이익을 염려하지 않고 치료받는 사실을 떳떳하게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우리 모두를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언론, 그리고 정신보건 전문가들이 함께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조현병도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회복과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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