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Mail]매일 전화하는 학부모님, 어찌해야 할까요?

[정신의학신문 :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안녕하세요, 현재 초등교사로 재직 중인 A라고 합니다. 최근 너무 스트레스받는 일이 생겨 사연을 보내요. 바로 매일 전화하는 학부모님 때문이에요. 처음에는 아이에게 관심이 많고, 새 학기라서 그런가 생각했죠. 그런데 요즘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세요. 아이가 집에 와서는 우울해 보인다, 아이가 학교를 가기 싫어한다, 아이가 뭔가를 잃어버렸는데 다른 아이 소행인 것 같다, 사진에서 우리 아이가 혼자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이런 내용으로 전화 등 연락을 너무 자주, 길게 하셔서 제가 정말 힘드네요. 최근에는 아이가 우울한 게 교사인 제 책임이다, 분실된 물건을 책임져 달라, 요구와 비난이 점점 심해지네요. 도대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정말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시네요. 선생님으로서 아이와 관련된 전화나 문자를 피할 수도 없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것 같아요.

 

먼저 학부모님이 좀 유별나시죠. 저도 상담하러 오신 분들과 첫 시간에 얘기하다 보면, 이분은 정말 좀 유별나다, 이해가 잘 안 될 것 같다 하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얘기를 하다 보면 그분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사정과 배경을 고려해서 보면 처음에는 유별나고 이해하기 힘들던 행동들이 이해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치료가 진행되고요.

아마 이 학부모님도 나름의 사정과 배경이 있으실 거 에요. 사연 속에서 느껴지는 것은, 아이가 어머니 자신 없는 상황에서는 괴롭힘을 당할 거라는 확신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 주변 사람들을 가해자 취급을 하는 것 같고요.

가정일 뿐이지만, 그 학부모님이 그런 경험을 하셨을 가능성도 있겠죠. 누구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적대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면, 자녀에 대해서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이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타당하고요.

하지만, 이런 가정으로 학부모님을 이해하려 하는 것도 한계가 있죠. 선생님께서 학부모님과 전문적인 상담을 하는 것도 힘들고, 직접 치료를 하거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권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선생님이 학부모님을 이해해도 학부모님이 매일 전화하는 상황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해서 스트레스를 줄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사람은 예측하지 못하는 일 보다, 예측할 수 있는 일에 스트레스를 덜 받아요. 그러니깐 학부모님이 연락하는 것을 예측 가능한 일로 바꾼다면, 선생님이 받으시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죠.

학부모님께 따로 연락을 드려서 주 2회 5분 정도, 정해진 시간에 정기적으로 통화를 하자고 제안해 보세요. 선생님 입장에서는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횟수만 학부모님과 연락을 하면 되니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요.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정기적인 통화가 약속되어 있기 때문에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더 잘 참을 수 있게 되죠.

이렇게 규칙적으로 상담을 하면 아이도 학부모님도 같이 안정될 거 에요. 그 뒤 서서히 횟수를 줄이세요. 주 1회, 2주에 1회, 한 달에 한 번, 서서히 줄여나가시면 돼요.

 

여력이 있으시다면 학부모님의 자녀, 그 학생에게도 매일 간단한 대화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집에 가기 전에 오늘 하루 어땠는지, 가장 좋았던 사건은 무엇인지, 그 사건은 0~10점 중에 몇 점 정도나 좋았는지 물어보세요. 그리고 아주 잠깐, 그 좋았던 사건을 가지고 대화해 주세요. 그러면 좋았던 사건이 더 강하게 기억에 남게 되고, 학생은 집에 가서 좋았던 사건에 대해 학부모님께 말하겠죠. 학부모님은 더 안심하실 수 있고요. 추가적인 대화를 통해 학생과 라뽀(rapport)도 더 강해지고, 이 라뽀는 실제로 학생에게 일어날 수 있는 부당한 일들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빨리 발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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