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Mail] 정신과 의사는 마음을 읽을 수 있나요?

[정신의학신문 :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다른 게 아니라, 친한 친구 중에 한 명이 올해 정신과 레지던트가 됐습니다. 본인이 원하던 과에 들어간 것은 축하하지만, 갑자기 이 친구가 제 마음을 다 읽어버리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더라고요. 정신과 의사가 되면 다른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나요?

 

A) 친구 분에게 평소 생각을 들키진 않을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으시군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심지어 가족이라도, 너무 가깝고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차마 말할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했다가, 상대방이 나를 너무 걱정하면 어쩌지?’ 혹은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이런 마음에서 말이죠.

또는 부끄러워서 들키기 싫은 생각들도 있습니다. 자신만의 공상이나, 지저분하거나, 너무 응큼한 생각들이요. 오래된 연인 사이에서도 방귀는 트지만 화장실을 트지는 않는 것처럼, 이런 생각들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들입니다.

가끔은 친한 사이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분노나 적개심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엄청난 분노가 올라와, 화들짝 놀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먼저 해드리고 싶은 말은, 친한 친구사이에서도 들키기 싫은 생각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친구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되어도, 친구 분의 마음을 읽지는 못 할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하는 정신치료 같은 상담은 독심술이 아닙니다. 치료의 종류와 학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모든 정신과 의사가 기본적으로 배우는 정신치료를 기본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예를 들면, 무표정인 사람을 보면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어떤 분들은 무서워합니다. 어떤 분들은 왜 화를 내냐고 따지고, 어떤 분들은 오늘 기분이 안 좋냐고 걱정합니다. 물론 표정 같은 것에 전혀 관심 없는 분도 있습니다.

무표정을 짓는 것처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환자에게 의도적으로 어떤 정보를 제한적으로 주고, 그 정보를 환자가 해석하고 반응하는 것을 보고 의사는 환자의 생각과 감정을 예측하고 확인합니다. 주로 환자가 비정상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함께 알아차리고, 교정해 나가곤 합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정보를 제한적으로 줘야 하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합니다.

 

과속 카메라가 자동차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고 고정돼 있어야 합니다. 카메라가 움직인다면 정확성이 훨씬 떨어지게 됩니다. 친구 분이 속도를 측정하는 카메라고, 질문자 분이 자동차라면 두 분의 관계는 이렇습니다. 카메라를 하늘을 나는 새한테 달아 놓고, 자동차 속도를 측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방향도, 속도도, 측정 각도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자동차의 속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됐다고 해서 마음을 읽는 능력이 짠! 하고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처럼 속으로 온갖 생각을 다 하셔도 됩니다. 물론, 친한 친구라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는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알아서 잘 발뺌하시고요. 그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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