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행동을 고치기 힘든 이유 -본능이 일관되게 우리를 통제
우리의 행동과 감정은 대부분 되풀이해서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우리가 스스로 반응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습관이나 자동반사에 통제된다는 설명이 더 적합하다. 삶은 계속해서 변하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능은 일관되게 우리의 행동을 통제한다.
예컨대 지각할 것을 알면서도 아침에 늦잠을 자는 것, 흡연의 유해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몇 년째 금연하지 못하는 것, 바람직하지 않은 말투 또는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것 등의 문제가 꼭 사람의 의지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몇 가지 본능적으로 표출된 행동의 자연스러운 법칙을 이해하고 나면, 굳어져 반복되는 습관을 고치기 힘든 이유를 알 수 있다.
1. 생존본능은 이성과 자유의지를 앞선다
두뇌기능의 95% 정도는 무의식으로 지배된다. 약 5% 정도의 의식과 이해 영역을 제외하고 의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거나 듣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선택의 문제에서 본능은 이성을 초월한다. 의식적으로 인식하고 결정하기 전에 이미 본능이 먼저 결정을 내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린아이에게 왜 이런 행동을 했냐고 물어보면 종종 모르겠다는 대답을 하곤 한다.
아이가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합리적인 이유로 제시하지만 이유의 정당성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 또한 모순되거나 비논리적인 경우가 많다. 결국 ‘진짜 이유’를 듣기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다보면 처음으로 되돌아와 ‘모르겠다’는 대답을 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의 본능이 상황을 생존의 맥락으로 잘못 인식하면 논리, 상식을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판별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본능에 압도되어 선택하면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행동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2. 나이가 들면서 본능은 외부환경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인간의 본성 상 낙관론보다 비관론을 선호한다. 연구에 따르면 서구에서는 3분의 2가량이 삶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3분의 1가량만 낙관적인 경향을 보였다.
생존이 중요한 문제가 될 때 안전하다고 생각하기보다 위협이 될 것이라고 의심하는 태도가 더 생존율을 높인다. 오래 살수록 또는 외부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생존에 대한 잠재적 위협 변수를 더 많이 인식하기 때문이다.
막 태어난 아기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자신의 본능을 최대로 사용한다. 주로 우는 것으로 시선을 이끌어내 주변 환경으로부터 보호를 받지만 점차 성장하면서 본능에 의지해 생존하기 보다 가족, 친구를 비롯한 사회적 관계망에서 생존을 보장하는 수단을 확립해 나간다.
3. 본능은 주의를 조작해 생존을 추구한다
인간은 짐승과 달리 물리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이빨이나 뿔, 발톱 등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 오직 협력과 사회적 연대로 외부의 위협에 대처하는 전략을 배워 생존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본능대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생존에 적합한 것들을 습득하는 것이다. 인간은 타인을 인식하고 시선을 피하거나 주의를 기울이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논리, 이성, 상식에 근거해 상황을 판단하기보다 타인에게 인정, 승인을 받는 것을 본능적으로 생존과 연관시킨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인정받는 것이 생존을 보장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타인의 인정이 삶의 만족도, 행복감까지 좌우한다고 믿기까지 한다. 자녀교육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종교 활동에 집중하느라 경제활동이나 집안일을 방치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잘못된 습관이 반복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은 주로 무의식적인 행동에 근거한다. 무의식은 거의 절대적으로 본능이 좌우한다. 인간의 사고는 이성과 논리로만 구성되지 않았다. 압도하는 공포, 전율하는 희열 등은 모두 생존본능과 연관된 감정들이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 어렵다면 대인관계의 맥락과 외부자극에 반응하는 자신의 태도를 다시금 생각해보길 권한다.
도움말 | 강남 푸른 정신과 서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