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재발, 빠른 발견과 치료, 예방에 대해
[정신의학신문 : 김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치료를 통해 우울증은 회복된다. 그러나 다른 많은 질환들처럼, 치료가 곧 완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울 증상은 재발할 수 있다. 재발이란 우울증 증상이 사라지고 적어도 4개월이 지난 후 다시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재발은 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모든 사람의 50%가량은 여생 중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의 우울증 기간을 다시 겪는다고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우울증 유지 치료 종료 시점을 신중하게 잡아야 한다. 우울증은 한 번 걸린 사람이 평생 다시 걸릴 확률이 50%, 재발을 겪은 사람이라면 평생 또 걸릴 확률이 75%, 세 번 우울증을 겪었다면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9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 발생 후 치료의 시작이 빠를수록 치료 효과는 절대적인 차이를 보인다. 우울증이 6개월 지속되었을 때 치료하면 회복률이 54%인데 비해 1년이 지났을 경우 회복률은 16%로 급격히 떨어지며 5년 이상 지속되었다면 회복률이 1%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해진다.
재발 시 겪을 수 있는 증상, 징후
재발한 우울증의 증상은 그 환자가 이전에 겪었던 그 우울증의 증상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내 경험에만 의지해 재발하는 우울증의 증상을 스스로 무시해서는 안된다.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재개하는 것이 재발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 예민해지고 쉽게 화를 낸다.
평소보다 훨씬 쉽게 화를 낸다. 친구나 연인에게 이전보다 더 쉽고 빨리 딱딱거리거나 화를 낸다면 그것이 우울증의 재발 징후일 수 있다.
• 재미, 흥미를 잃어버린다.
흔히 우울증의 가장 최초의 징후일 수 있다. 이전에 좋아하던 취미나 활동에 흥미가 줄어들거나 완전히 사라진다.
•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끌리지 않는다.
물론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우울증이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를 훼방 놓기도 한다. 파트너와 다른 면에서는 다 행복한데 성관계에 대한 관심만 사라진다면 더더욱 우울증의 징후일 가능성이 크다.
• 집중이 잘 안된다.
머리가 흐릿(brain fog)하거나 집중이 잘 안 되는 것이 우울증의 흔한 증상 중의 하나이다. 많은 이들이 우울증이 만들어 낸 뿌연 안개를 헤치고 뭔가를 생각해내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우울증의 영향으로 자신감이 사라져 결정 내리기가 힘들어서일 수도 있고, 역시 우울증으로 전체적인 사고의 속도가 느려져서 그럴 수도 있다.
• 수면의 양과 질에 변화가 온다.
또 다른 우울증 재발의 초기 증상은 잠을 편안하게 못 자거나, 잠들기가 어려운 것이다. 자려고 누우면 낮에 있었던 일들이나 이전에 있었던 좋지 않은 일들이 자꾸만 떠올라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반대로 또 다른 우울증의 증상은 잠을 평소보다 너무 많이 자는 것도 있다.
• 사교적인 모임이나 환경을 피해버린다.
사교적인 만남이나 자리를 피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그런 환경에 참석한 상태에서 소외감이나 고립감을 느끼는 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주변과의 대인 관계에 악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 장기간 우울하고, 눈물이 나고 절망감이 든다.
모든 사람은 때때로 그런 날이 있을 수 있다. 그럴만한 외부 사건이나 원인에 대한 반응으로 우울하고 눈물이 나는 건 정상이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이유가 없는데 그런 감정을 느끼거나, 힘든 감정이 2주 이상 계속해서 지속된다면 우울증이 되돌아오고 있다는 신호로 의심해도 된다.
•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우울증은 자존감을 상하게 한다. 삶에서 겪는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는 중에 스스로가 가치 없고 쓸모없다는 느낌이 들게 하기도 한다. 떨쳐 버리기가 힘들고 자기혐오로 변해갈 수도 있다. 갑자기 이런 감정이 나타나 퍼져간다면 우울증의 징후 중의 하나로 생각하고 주의해야 한다.
• 체중에 변화가 온다.
우울증으로 어떤 이들은 음식에 대한 흥미가 사라져 체중이 감소한다. 반면에 어떤 이들은 건강한 삶이나 운동에 대한 흥미가 사라져서 체중이 증가할 수도 있다. 갑자기 살이 찌거나 빠진다면, 그 이면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상당한 수준의 갑작스러운 체중 변화가 있다면, 신체적인 원인과 감정적인 원인 양쪽을 확인해 보기 위해 의사와 상의해보아야 한다.
• 피로를 느낀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 대부분이 겪는 증세 중의 하나가 피로감이기 때문에, 이런 증세가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너무 피로해서 원래의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불가능해진다고 느낄 수도 있다.
우울증 재발의 원인
우울증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미 이전에 치료를 받아 완쾌했다 해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한 번 겪었다면 더욱 재발을 주의해야 하고, 그만큼 재발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특별한 일이 없었다면 치료의 효과가 계속해서 지속되었을 수도 있던 사람도, 특정한 사건을 겪게 되면서 우울증의 재발을 겪게 되기도 한다.
· 사랑하는 이의 죽음
· 부정적인 경험이나 실수, 아픈 기억 등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상황
· 회사가 대량 해고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 암이 의심되어 확진 검사를 앞둔 상황 같은, 스트레스를 겪는 사건
· 이혼, 자녀의 대학 진학 등 가족 구조의 갑작스러운 변화
· 사춘기나 임신, 갱년기나 폐경기 등의 호르몬 변화
그러나 우울증 재발의 가장 흔한 원인은, 우울증 첫 발병 이후 유지 치료를 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 당장 우울한 기분을 느끼지 않더라도 의사의 치료계획을 적극적으로 따라서, 재발로 겪을 수 있는 큰 상실이나 손해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한다.
재발한 우울증의 치료
우울증의 증상을 다시 겪고 있다면, 가능한 한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의사는 새로운 치료 방법을 추천할 것이다. 이전에 복용했던 항우울제의 종류를 바꾸거나, 이전에 복용했거나 복용하고 있는 약의 용량을 더 증량할 수도 있다. 또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짜 볼 수도 있다. 인지 행동 치료, 대인 관계 치료 등의 정신 치료요법과 병행하면서 대처 전략을 짜 본다.
병원에 방문하는 며칠 사이에 당장 해볼 수 있는 대처 전략도 있다.
· 친구나 가족과 연락한다.
· 스스로를 계속 신경 써서 관리한다.
· 긍정적인 면에 집중한다.
· 지금 상태는 일시적이며, 이미 이전에도 극복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 가능한 한 집 밖으로 자주 나가 좀 걷는다.
· 매일 밤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노력한다.
우울증의 재발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첫 치료 시에 의사의 치료계획에 충분히 따르는 것이다. 우울증 증상이 모두 사라진 후에도 상당 기간 항우울제를 투약해야 재발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약 복용으로 불편한 부작용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하여 변경하거나 조절하면 된다. 상의 없는 치료 중단이 가장 위험하다. 의사와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이미 겪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깨닫기도 쉬울 수 있다. 최대한 빨리 치료하는 것이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