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결 강박] 극복을 위한 실생활 팁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 힘들어하는 것들의 위계 세우기 

제일 먼저 시작해야 될 것은 힘들어하는 것들의 위계를 세우는 일입니다. 내가 싫어하는 상황들, 즉 찝찝하고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상황들을 다섯 가지 정도 설정해 보는 겁니다. 샤워하는 상황이라든지, 손을 씻는 상황 그리고 양치를 길게 해야 되는 상황, 뭔가를 만져야 되는 상황, 이런 것들을 나열해 놓고 순위를 매겨 보는 겁니다. 불편함의 순위일 수도 있고요, 내가 이것만 극복하면 삶의 질이 좋아질 것 같다 싶은 것들로 순위를 매겨도 좋습니다. 힘든 것부터 시작하는 것 혹은 힘들지 않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보다는 내가 기꺼이 한번 노출을 해 보고자 하는 시도를 할 만한 부분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얘기합니다. 

 

2. 강박 행동의 시간 줄이기 

그리고 목록에 나와 있는 것들을 가지고 한번 계획을 세워 보는 겁니다. 손을 길게 씻고 자주 씻는다는 것이 내가 가진 강박 행동의 가장 불편한 점이라면 일단 그것의 시간을 절반 정도로 줄이는 걸 한번 고려해 보세요. 많은 분들이 절반 정도로 줄이라고 하면 화들짝 놀라서 치료를 중단하려고 하거나 굉장히 불안해하실 수가 있는데 사실은 막상 해 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거든요. 직접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을 반으로 줄일 때 여러 가지 방법들을 사용할 수 있는데 알림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요. 아니면 가족들이나 주변에 같이 있는 분들한테 알려달라고 얘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적절하게 재서 딱 절반 하는 것이 효과적이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최대한 찝찝함을 남기고 중단하는 겁니다. 완전히 깨끗해졌다는 생각이 들 때 중단할 것이 아니고요. 뭐가 좀 덜 씻긴 것 같은데 찝찝한 게 남아 있는 것 같은데 샤워를 중단하고 나오는 거죠.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긴 한데요. 막상 중간에 샤워하다 끊고 찝찝함을 남기고 나왔을 때 이 찝찝함이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습니다. 

제가 만났던 많은 환자분들이 대부분 처음에 시도할 때는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데 막상 시도하고 나서는 웃는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옵니다. "생각보다 그 찝찝함이 오래가지 않고 샤워하고 나서 집안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5~10분 후에 금세 지나갔어요."라고 보고하신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증상이 간단하다는 걸 말씀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생각했을 때의 염려보다도 어렵지 않게 노출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경험을 통해서 발견하실 수가 있을 겁니다. 

처음에는 절반으로 시간을 줄였다가 점차적으로 시간을 줄여 가면서 내가 맞춰야 될 기준은 뭐냐면, 내가 예전에 강박 없이 잘 지내던 때 어느 정도 씻었나, 어느 정도 샤워했냐에 기준을 두시고 거기까지 계속해서 시간을 줄이고 횟수를 줄여 나가시면 되겠습니다. 강박 행동은 찝찝함을 제거하려는 시도고요. 그런데 그 찝찝함을 제거하려는 시도가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뇌의 인식 때문에 내 삶에서 더 큰 영역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 바로 강박증이라는 병이거든요. 

즉, 중요한 원칙은 강박 행동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강박의 횟수나 강도가 증가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강박 치료의 원칙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강박 행동을 계속해 나가는 것, 즉 강박 행동이나 회피 행동을 계속해 나가는 것은 결국 나를 더 좁은 곳에 가두게 되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강박 행동을 최대한 줄여야 되고, 덜 해 봐야 되고, 덜하게 됨으로써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꼭 경험해 보셔야 됩니다. 아마 되게 많은 사람들이 강박 행동을 하지 않게 되면 점점 이 불안감이 증가하게 되면서 병이 더 깊어질 거라는 걱정을 많이 하시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경험을 해 보시면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초반에는 강박 행동을 하지 않고 있는 불안 때문에 약간의 불안이 증가하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불안이 가라앉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알게 되는 거죠. 내가 예측했던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나는 찝찝함 때문에 아무것도 못할 것이고 결국 내 생활이 망가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찝찝함을 남기고 강박 행동을 중단했을 때, 중간에 그만 씻고 나왔을 때 생각보다 나쁘지 않구나 하는 것을 경험하게 되고요. 

두 번째로는요, '생각보다 내가 불편함을 잘 견디는구나.', '이런 강박을 내가 못 견디고 결국에는 다시 강박으로 빠지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보다 잘 참네.' 라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나를 좀 더 믿기 시작하는 거죠. '강박이라는 것이, 불편함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지나가는구나.'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3. 치료의 목적 생각해 보기 

그리고 노출 치료를 시도하려고 할 때 시도를 못하거나 아니면 하다가 중도 포기하는 분들이 꽤 많이 계시거든요. 그럴 때마다 우리가 마음을 먹어야 되는 것들은 과연 내가 이것을 왜 하고 싶은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내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나에게 진짜 뭐가 중요한 건지를 계속 되새기셔야 됩니다.

환자 중에 어떤 여성분은 강박 때문에 아이와 제대로 놀아 주지 못해요. 아이가 유치원에 갔다 오면 거기 묻어 있을 흙이나 먼지 같은 것이 계속 신경 쓰여서 아이가 오면 더럽다고 혼을 내거나 일단 벗겨서 옷을 빨 수 있거든요.

근데 치료를 통해서 더러움이 생각보다 견딜 만하고 더러움이라는 것에 대해서 항상 제거 행동을 해야 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난 뒤부터 아이가 오면 일단 아이를 안아 주고 쓰다듬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우리가 마음이 좀 더 자유로워졌을 때 과연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잘 정리한다면 치료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4. 주변 혹은 전문가의 도움 받기 

노출의 경험은 우리가 불편함을 마주할 때 항상 그렇지만 첫 번째 허들이 가장 높습니다. 첫 번째로 허들은 넘게 되는 것이 가장 힘들거든요. 어떻게든 내가 동기를 가지고 뭔가를 해 보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치료해 나간다면 첫 번째 허들은 넘게 될 거고요. 그다음에 맞이하는 허들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두세 번째 허들은 좀 더 쉽게 넘게 되고, 자연스럽게 치료가 이어지게 될 겁니다. 노출 치료를 망설이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것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이 허들만 넘고 나면 다음 허들은 쉽게 넘을 수 있으니 순조롭게 치료가 진행되는 경과를 밟게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런 노출의 과정이 절대로 쉬운 것은 아닙니다. 혼자 하기엔 버거울 수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꼼꼼하게 도와줄 수 있는 친구나 가족의 도움을 받으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고요, 더 나아가서 전문적인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를 찾아가시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박증 치료가 참 어려운 치료인데요. 그 치료를 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저는 첫 번째인 도입부라고 생각합니다. 도입부에서 마음을 다지는 계기를 가지고 열심히 치료해 나가려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신재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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