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건강해야 뇌도 건강하다, 마이오카인의 비밀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하루에 얼마나 움직이고, 운동하시나요? 실내에서 좌식 생활을 하는 시간이 많아진 현대인의 일상에서 몸을 쓰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종일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학생이나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더욱 그렇지요. 몸을 쓰는 일을 하지만 계속 같은 자리에 서 있거나 특정 근육만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일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러 몸을 움직이고 운동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일상생활에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운동량을 모두 채우기란 쉽지 않습니다. 

신체적으로 비교적 건강하고 어린 청소년이나 성인 초기까지는 이런 생활 습관에도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근육은 줄어들고 반대로 지방이 늘어나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운동과 식이요법이 최고의 건강 비결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운동이 몸 건강만 아니라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일반적으로 운동은 근육량과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면역력을 높이며,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체적 측면에서의 순기능뿐만 아니라 뇌 건강에도 운동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운동을 통해 근육에서 분비되는 ‘마이오카인’을 통해 이런 작용이 일어납니다. 

근육은 골격을 보호하는 역할만 아니라 수많은 생리 활성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를 통칭해 ‘마이오카인(myokines)’이라고 합니다. 마이오카인은 운동 시 근수축이 일어나면서 분비량이 증가하는데, 뇌의 다양한 부위에 ‘신호전달 분자(signaling molecule)’를 통해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 결과 신경세포 성장 및 생성(neurogenesi),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촉진하여 뇌성장인자가 활성화됩니다. 

 

 

마이오카인의 한 종류인 아디포네틱은 지질분해를 통해 당뇨병,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디포넥틴이 해마의 신경 생성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마이오카인인 아이리신과 IGF-1도 인지기능 개선과 뇌신경 활성화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리신은 2012년 하버드 의대 다나파버암연구소에 의해 처음으로 보고되었는데,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인지기능 저하 개선에도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파킨슨병은 뇌 흑질(Substantia Nigra)에서 도파민 분비에 관여하는 신경세포가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병으로, 불수의적 떨림, 근육 강직, 움직임 둔화가 특징입니다. 아이리신이 부족할 경우 운동기능, 노화, 알츠하이머에서 나타나는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양한 종류의 마이오카인이 체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뇌 기능과는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에 관해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마이오카인을 활용하여 뇌 기능을 개선하는 약물 역시 연구 초기 단계에 있으며,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용화되더라도 높은 가격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데는 한계가 있으리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약물을 통한 마이오카인의 증가보다는 운동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근육량 감소를 예방함으로써 면역 강화, 스트레스 감소, 혈행 촉진과 같은 신체적 이점과 함께 인지기능 저하 개선, 우울감 감소와 같은 정서 조절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중년기 이후의 노령층에서 인지기능 저하 및 근골격 약화를 위해 운동이 중요합니다. 기억력 감퇴 및 치매, 혈관질환 예방에 운동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 노년층뿐만 아니라 성장기 및 성인기의 개인들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력을 키우고 뇌 신경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쉴새 없이 공부하거나 일하며 우리는 뇌를 사용합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 뇌는 과부하에 걸리기 쉽고, 반대로 운동이 부족한 몸은 근골격이 제대로 성장하거나 균형 있게 자리 잡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 비만율 및 성인 비만율 증가는 이런 생활 습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뇌에는 쉼이 필요합니다. 운동하며 뇌를 쉬는 동안 근육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일을 합니다. 그리고 근수축을 통해 분비되는 마이오카인은 다시 뇌를 자극하며 뇌가 더 건강하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몸과 뇌의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런 선순환 속에서 우리의 신체, 인지, 정서, 행동은 균형을 찾고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로마 경구가 있습니다. 운동과 근육, 마이오카인과 뇌의 관계를 살펴보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말이 처음 생겼을 때 로마인들이 마이오카인의 존재와 기능을 알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유베날리스는 신체적 강인함만을 중시하고 정신적 부분은 등한시하는 로마인들을 보고 이 경구를 지었다고 합니다. 당시 로마인들은 신체와 정신이 분리되어 있다는 이원론적 사고에 더욱 익숙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그러나 마이오카인의 비밀을 통해 우리는 몸과 마음, 몸과 뇌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조화를 이루고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날 우리에게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의 의미가 더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유베날리스의 경구를 떠올리며 여러분들도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몸 근육과 뇌 근육을 함께 키워 보시는 건 어떨까요?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