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늪에서 세 발짝 빠져나오기 ③ - 바이오피드백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고대로부터 내려온 심신수련 방법으로 잘 알려진 요가는 만성 통증을 완화하며, 면역계를 개선하고, 스트레스를 줄여 주는 등 우울증 치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것은 요가뿐만이 아니라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즉 몸이 하는 일에 따라 뇌의 활동이 달라진다는 원리에 기반을 둔 것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감정과 뇌와 행동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쌍방 통행인데, 요가 동작을 통한 스트레칭이나 호흡, 긴장 이완, 자세 바꾸기 등이 뇌의 활동과 신호 체계에 영향을 미쳐 우리의 의식과 감정, 생각과 기분 등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뇌에는 신체에서 보내오는 감각을 전담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 감각은 감각피질에 각자의 위치를 갖고 있는데요, 통증이나 근육 긴장, 속 울렁거림과 같은 감각 등에 감정적 성분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감각들이 보내는 신경신호는 미주신경(vagus nerve)을 통해 뇌에 전해지고, 특히 상체에 있는 미주신경은 호흡, 심장박동 수, 소화 등에 관한 정보는 감정적인 요소와 함께 뇌로 전달됩니다.

그런데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근육이 심하게 긴장되거나 자세가 구부정하거나 무표정을 많이 짓는 등 부정적인 바이오피드백을 보이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역으로 긍정적인 바이오피드백을 활성화함으로써 우울감을 완화하고 치료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바이오피드백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할까요?

 

1. 근육 이완 - 요가 및 스트레칭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경이 불편할 때 근육이 뻣뻣하게 굳거나 긴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간혹 이런 긴장 상태를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똑똑한 우리 뇌는 근육이 긴장했음을 알아차립니다.

이럴 때 요가와 스트레칭을 통한 근육 이완과 수축 작용은 신경계를 진정시키고, 엔도르핀과 엔도카나비노이드가 자극되어 실제로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복잡한 요가 동작이나 고난도의 스트레칭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간단하고 쉬운 동작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근육에 힘을 주고 몇 초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다가 숨을 깊게 내뱉으며 긴장을 이완해 봅니다. 특히 안면 근육의 경우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시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풀었다 하는 습관을 만들면 효과적입니다.

 

2. 깊고 느린 호흡

호흡은 우리 건강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기능이며, 변연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호흡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비록 깊고 느린 호흡이 당장은 익숙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연습해서 실천한다면 휴식과 이완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서 우울감과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표정 관리 – 평온한 표정 및 미소 짓기     

사람들은 기분이 좋거나 행복감을 느낄 때 미소를 짓거나 껄껄거리며 크게 소리 내어 웃습니다. 반대로 기분이 좋지 않거나 불안하고 초조할 때 미간을 찌푸리거나 울상이 되기도 하죠. 이처럼 표정은 사람의 감정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거꾸로 의도적으로 특정한 표정을 짓는 것이 감정 상태를 변화시키기도 한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우리가 일부러라도 미소를 짓거나 소리 내어 웃을 때 뇌는 안면 근육의 수축을 감지해서 정말로 기분이 좋아서 웃는 것으로 인식하고, 반대로 근육이 수축되지 않는 경우에는 좋은 기분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가짜 웃음이라도 괜찮습니다. 의식적으로 자꾸 미소 짓는 연습을 하다 보면 정말로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4. 자신감 있는 자세

움츠린 어깨, 구부정한 자세는 우리를 더욱 위축되게 만들고 불쾌감을 느낄 때 더욱 배가하는 반면, 곧은 허리, 활짝 편 가슴과 높게 들어 올린 턱 같은 자신감 있는 자세는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강화하고 에너지 수준을 끌어 올린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서는 다리를 넓게 벌린 자세를 취할 때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감소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렇듯 자신감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은, 우리의 신경호르몬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감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겨 긍정적인 사회적 피드백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5. 마사지

마사지는 통증과 스트레스, 불안을 줄여 주고,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로토닌을 30퍼센트까지 올려 준다는 연구 결과와 함께 코르티솔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죠. 한 번씩 마사지숍에 방문해 전문 마사지사에게 받는 것도 좋지만, 굳이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연인이나 부부간에 또는 가족이나 친구끼리 서로 마사지를 해 주는 것은 어떨까요. 몸의 피로와 함께 마음의 피로도 개운하게 풀릴 것 같지 않으신가요?

 

마음이 우울하고 몸이 무거워질 때, 그동안 우리가 알게 모르게 해 왔던 일상 속의 작은 실천들이 우리의 정신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 주고 있었네요. 여러분은 요즘 어떤 바이오피드백을 주로 사용하고 계시나요? 혹시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부정적 바이오피드백을 더 많이 사용하고 계시다면 긍정적 바이오피드백을 꾸준히 실천하셔서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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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Mcpartland, J. M. (2008). Expression of the endocannabinoid system in fibroblasts and myofascial tissues. 

2. Paper, E., & Lin, I (2012). Increase or decrease depression: How body postures influence your energy level.  

3. Carney, D. R., Cuddy, A. J., & Yap, A. J (2010). Power posing: Brief nonverbal displays affect neuroendocrine levels and risk tolerance. 

4. Kunik, M. E., Roundy, K., et al. (2005). Surprisingly high prevalence of anxiety and depression in chronic breathing disorder.

5. Nerbass, F. B., Feltrim, M. I., et al. (2010). Effects of massage therapy on sleep quality after coronary artery bypass graft surg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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