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지연 ⑤ – 내 아이의 의사소통 스타일은?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이들의 언어 발달 속도와 양상이 다르듯이 아이들이 의사소통하는 스타일도 각각 다릅니다. 저마다 생김새와 기질, 성향이나 성격이 다르듯 말이죠. 소통하는 상황이나 대상이 아이에게 얼마나 편안한지, 아이의 건강 상태가 어떠한지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른 양상을 띠기도 하는데요, 다음에 설명 드릴 의사소통 유형 중에 평소 우리 아이의 스타일은 어느 쪽에 가까운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의사소통 스타일은 상호작용을 먼저 시도하는 편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상호작용 시도에 반응하는 편인지에 따라서 크게 구분되기도 하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는 사교적 의사소통 스타일, 주저하는 의사소통 스타일, 수동적 의사소통 스타일, 나만의 방식 의사소통 스타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사교적 의사소통 유형은 비교적 쉽게 상호작용을 시작하고 다른 사람의 상호작용 신호에도 곧잘 반응을 보입니다.

두 번째로, 주저하는 의사소통 유형의 경우 상호작용을 할 때 ‘워밍업’ 할 시간이 필요하고, 상호작용을 먼저 시작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상호작용 시도에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세 번째로, 수동적 의사소통 유형의 아이들은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관심을 먼저 잘 보이지 않는데, 건강상의 이유나 발달상 지연이 있는 경우에도 이런 식의 상호작용 경향성이 나타나곤 합니다.

네 번째로, 나만의 방식 의사소통 유형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기보다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먼저 상호작용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지 않고, 누군가 상호작용을 시도해도 반응성이 크지 않다는 특성이 있죠.

 

이 중 여러분의 자녀에게 딱 들어맞는 의사소통 유형이 있을 수도 있고, 두 가지 이상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스타일이든 사교적 의사소통 유형에 해당되지 않는 아이라면, 소통 방식과 타이밍 등에 좀 더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각각의 의사소통 스타일별로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소통 팁(tip)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먼저, 주저하는 스타일의 아이들은 상대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위한 워밍업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특히 낯선 사람이나 환경에서 소통하는 것을 어려워할 수 있으므로, 긴장을 풀고 편안한 상태가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가벼운 농담이나 일상적인 이야기, 아이의 관심사 등을 주제로 소통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좋겠습니다. 

조심성이 많고, 상대의 반응에도 민감한 편이어서 아이의 말이나 행동에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더라도 틀렸다거나 고치라는 식의 표현보다 교정하면 좋을 말이나 행동을 모델링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배워 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놀이하거나 먼저 소통 신호를 보내올 경우, 좀 더 과장되게 호응과 관심을 표현해 준다면 아이도 상대와의 소통이 성공적이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자기 확신감과 만족감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수동적 스타일의 아이들은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먼저 상호작용을 시도하는 경우도 많지 않고, 교감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 유형의 부모님들께서는 답답한 마음에 일상생활은 물론 놀이에서도 자칫 본인이 계속 주도해 나간다거나, 기대하는 만큼 아이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실망감을 느끼며 지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수동적 성향이나 스타일이 단기간에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아이에게 맞는 상호작용 방법을 찾고, 시도해 나가면서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유용한 상호작용 전략 중 하나가 바로 행동과 말로써 아이의 관심사를 따라가는 것입니다. 아이의 행동이나 표정, 아이가 내는 소리 등을 관찰해서 부모가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아이와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을 해 나가면서 교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때 아이가 보이는 떼쓰기 행동이나 울음 같은 행위는 예외이니 주의해 주세요. 

또 수동적인 스타일의 아이가 무엇인가 말하려고 하거나 소통을 시도할 때 비언어적인 메시지를 통해 표현해 오면, 이것을 언어로 해석해서 말해 주거나 코멘트 해 주는 것도 유용합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탁자 위에 있는 주스 병을 집으려고 하는 상황에서는 “주스 병을 잡고 싶구나.”라고 언어화해서 들려줍니다. 그리고 “주스가 먹고 싶은 거니?”라는 질문으로 현재 상황에 대한 코멘트를 짧고 정확하게 말해 줍니다. 이후에 아이가 직접 주스 병에 있는 주스를 컵에 따라서 맛있게 먹는 것으로 성공적인 의사소통 경험을 축적해 가도록 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방식 스타일은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혼자만의 놀이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 소통 경험이나 상호작용 방식을 배울 기회가 그만큼 많지 않아 의사소통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 부모님들도 굳이 함께 놀아 주지 않아도 혼자서도 잘 논다고 생각하거나 어떻게 소통해야 좋을지 몰라 많은 경우에 그저 구경꾼 역할에 그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의 즐거움을 알아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자기만의 세계나 놀이 방식이 다소 경직되어 있어서 섣불리 다가가 놀이 방식을 바꾸려 하면 안 됩니다. 또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설명하거나 지시하는 방식 역시 적절치 않습니다.

그보다는 곁에서 아이가 탐색하는 방식을 지켜보면서 아이의 놀이에 끼어들어 함께 즐겨 보세요. 마치 어렸을 적으로 돌아가 아이가 된 것처럼 아이와 함께 블록을 쌓다가 갑자기 와르르 무너뜨려도 보고, 동물 소리나 몸짓을 흉내 내면서 우스꽝스러운 표정도 짓고 말이죠. 아이가 소방차 놀이를 하고 있을 때는 또 다른 소방차를 한 대 더 가지고 와서 함께 불을 끄는 식으로 놀이에 참여해 보세요. 아이는 다른 사람과 힘을 합쳐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까지 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게 됩니다. 이렇듯 끼어들어 함께 놀이하기는 아이와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통해 교감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꼭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그저,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비록 그렇더라도 아이들의 성향이나 발달 상태, 외부 환경 등에 따라 선호하는 상호작용 스타일이나 소통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우리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셔서 성공적인 소통 경험과 따뜻한 교감을 나누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지셨으면 합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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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박혜원 역(2020). 말이 늦은 아이를 위한 부모 가이드. 수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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