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Mail] 열등감에 계속 거울만 보는 저를 살려 주세요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에서 좋은 글을 몇 번 읽고 저의 고민도 해결이 될지, 그 해답을 찾고 싶어 이렇게 고민글을 올립니다.

차라리 지금이 사춘기라면 지금의 이런 고민도 스스로 납득이 될 것 같은데, 성인이 된 이제 와서 자꾸만 제 외모에 신경이 쓰여 고민입니다. ‘나도 코가 좀 더 예뻤으면… 머리숱이 좀 풍성했으면….’ 등등 사실 요 며칠간 제 외모 고민 때문에 할 일도 손에 잘 안 잡히고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제 모습을 거울로 확인하곤 합니다.

자는 동안 제 외모가 더 나아지진 않았을지 등등 자꾸 제 눈으로 제 모습을 관찰하고 확인하려 들어요. 그러니 너무 괴롭더라고요. 가족이나 주변인들은 “너만 하면 괜찮다.”라고 말해 주는데, 그게 절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렇게 위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삐뚤어진 생각만 드네요.

그러니까 “너만 하면 괜찮다.”가 아니라, 예쁜 연예인들을 보면 “우아, 예쁘다!” 하는 것처럼 저도 그냥 그런 말이 듣고 싶었나 봐요. 제 스스로도 이게 비웃음받을 말인 것 같아서 사실 글을 쓰면서도 두려워요. 그렇지만 정말 답답하니 솔직하게 다 털어놓겠습니다.

자꾸 제가 열등하다 느끼고 남보다 못한 점을 생각하니 제 스스로도 괴롭고, 또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봐도 기분이 불쾌해요. 예전에는 텔레비전에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면 제 마음까지 뿌듯했는데 제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꾸 제 외모에 집착하다 보니 이제는 멋진 연예인을 봐도 “쟤는 외모가 잘생겨서 좋겠다. 나는 아닌데… 부럽네! 내가 못 가진걸 가졌네!” 하는 마음에 자꾸만 보기 싫어지고 미워지려고까지 합니다.

이런 제 삐뚤어진 마음을 바로잡아 저를 온전히 사랑하고 싶어요. 저를 있는 그대로,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고 싶어요. 그리고 자꾸 남이랑 비교하다 보니 남이 저보다 못난 모습을 보이면 우월감이 생기는? 그런 것도 좀 아차! 싶더라고요. 요즘 저는 자꾸만 거울로 못난 구석만 요리조리 살피느라 하루를 다 보내고 무기력해집니다.

예전처럼 다시 일상생활을 잘하고, 좋아하는 연예인도 마음껏 좋아하고, 외모에 집착하지 않고 싶어요. 이제는 남도 존중하고 저도 존중하면서 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그럼,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요즘 들어 부쩍 거울을 보며 외모에 집착하고,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족감이 높아져 고민이 되는 상황이시네요. 사연자님께서도 이미 너무 잘 아시겠지만, 사실 미(美)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고,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이 또한 절대적인 기준이라 할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미의 기준은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이나 각종 SNS의 발달로 원하기만 하면, 세계적인 스타 또는 인플루언서 등을 언제든지 팔로잉(following) 하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그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은 채 ‘현실의 나’와 자꾸만 비교하기도 하죠. 그럴수록 왠지 화려한 그들의 일상과 우월해 보이는 외모에 비해 나의 일상이나 외모는 평범하다 못해 초라하다는 느낌까지 들기도 합니다.

사연자님께서는 사춘기에도 하지 않았던 외모에 대한 고민을 성인이 된 지금, 어느 날 갑자기 하게 되신 것인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전에는 스스로 ‘이만 하면 됐다.’며 자신의 외모에 만족했었는데,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불만족스러워진 것인지 말입니다. 

사실 사연글에는 최근에 생긴 외모에 대한 불만이나 외모 집착 외에 사연자님에 대해 알 수 있는 별다른 정보나 히스토리가 나와 있지 않아, 사연자님의 마음을 좀 더 깊이 헤아려 보는 데 한계가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만 글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사연자님께서 요즘 들어 유독 외모에 집착하고, ‘거울로 못난 구석만 요리조리 살피는 것’이 정말로 사연자님의 외모가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인식하는 마음의 문제임을 사연자님께서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고민 상담을 해 오신 것일 테고요.

사실 정말로 사연자님의 외모가 불만이고, 하루빨리 바꾸고 싶으셨다면 이렇게 상담글을 올리실 것이 아니라, 성형외과 문을 두드리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본격적인 답변글에 앞서 사연자님께 소개하고 싶은 누군가의 기도문이 한 구절 있습니다.

 

“주님, 제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화로운 마음을 주시고, 제가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을 위해서는 그것에 도전하는 용기를 주시며, 또한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이는 성 프란체스코의 기도문으로 잘 알려진 글입니다. 성인의 반열에 오른 성 프란체스코조차 자신이 변화시킬 수 없는 것에 대한 번민으로 신께 지혜를 구하는 기도를 드릴 만큼, 잔잔한 호수처럼 그것들을 받아들이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유전으로부터 발현되는 것들로서 외모나 기질 같은 것입니다. 물론, 요즘은 성형 기술의 발달로 수술이나 시술을 통해서 외모를 바꾸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성형으로 인한 외모 변화의 만족감은 일시적이기 쉽고, 외모에 대한 불만족이 심리적인 원인으로부터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면, 한두 번의 성형을 통해서 외모 열등감이 해소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어쨌든 외모나 기질은 타고나기 때문에 바꾸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사연자님께서는 이제부터라도 바꿀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발전시켜 나갈 것을 제안 드립니다. 우리가 나 자신과 관련해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성격이나 능력 같은 것입니다. 기질은 타고나지만 성격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꾸어 가면서 인격을 성숙시켜 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우리의 능력도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향상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 자신을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입니다. 사연자님께서 매일 아침 거울을 볼 때마다 ‘코가 왜 이러지?’, ‘머리숱이 왜 이거밖에 안 되지?’라며 자기 외모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내 코는 이렇게 생겼구나.’, ‘내 모발은 이런 색이었네?’ 하며 마치 처음 본 친구의 모습을 눈에 담고 기억하려는 듯,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새롭게 찾아보고 인식해 보는 겁니다. 

사람마다 타고난 외모나 기질에는 저마다의 개성과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지금 사연자님의 인식과 시야는 유독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의 외모, 못났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꽂혀 있습니다. 분명히 외모나 기질적인 면에서 사연자님만의 매력 포인트와 장점이 있으실 텐데 말입니다. 

이는 비단 외모에 국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꾸만 겉모습에 집착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충분한 자기 수용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모든 또는 기질이든 누구나 몇 가지쯤 자기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것은 비단 사연자님만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단점이나 못난 부분에만 신경 쓰면서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얼마든지 좋은 점도, 예쁜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균형 있는 관점을 다시 찾고, 자기 수용력을 키워 가신다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자신에 대한 너무 높은 기준이나 이상적인 나에 대한 기대치가 자기 수용과 자기 일치를  이루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상적인 나’에 대한 기준은 조금 낮추고, ‘현실의 나’를 인정하면서 가장 쉬운 것부터 이상적인 나에 다가가기 위해 변화시키거나 채워 나갈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실천해 나가는 것도 자기 일치를 이루는 데 추천할 만한 방법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거울 속에서 단점을 찾지 마시고, 새롭게 발견한 나의 모습, 나의 장점, 나의 매력, 성장시키고 싶은 부분 등등 노트를 펼치고 하나하나 기록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마치 주문처럼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속삭여 주세요.   

 

 

사연자님께서는 혹시 학창 시절에 사용했던 ‘모양 자’를 기억하시나요? 이 모양 자 안에 있는 도형들의 모습은 동그라미, 네모, 세모, 별 모양, 오각형처럼 저마다 다릅니다. 혹시 이 여러 도형들 중에 가장 우월한 도형은 무엇이고, 좀 더 열등한 도형은 또 무엇일까요? 선뜻 답하기 어려우시리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이 중 더 열등하다거나 우월한 도형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모양이 다를 뿐이니까요.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연자님께서 별 모양의 도형이라면, 다른 이들은 네모나 동그라미 모양을 하고 있는 서로 다른 존재일 뿐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한 겨루기가 아닐까요. 이렇게 나의 별 모양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을 때, 다른 모양의 도형들도 편견 없이 존중하실 수 있게 되리라 믿습니다. 사연자님만의 별 모양에서 반짝이는 별빛을 발견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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