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정신의학신문 | 이은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흔히들 “인생은 고(苦)다.”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을 살다 보면 삶의 어떤 순간에 어떤 종류의 고통이든 겪는 것이 인생의 본질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 고통의 모양과 정도는 다르겠지만 고통을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통이란 인간의 삶에서 보편적인 요소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마다 겪는 고통이란 종류가 다양해서, 자신의 장애, 질병, 사고, 혹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의 질병이나 사고 또는 내가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사람과의 관계 등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양의 고통들이 있겠습니다. 

고통이 보편적이라고 해서 고통의 정도가 줄어든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물론 고통의 종류 중에 피할 수 있는 고통과 피할 수 없는 고통은 구별해야 합니다. 피할 수 있는 고통이라면 적극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통이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고통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나만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나에게 이런 고통이 주어진 거지?”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또한 인간에게는 나 자신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능력을 개발하고 키울 수 있습니다. 고통이 곧 나 자신이 아니라, 나라는 고유한 존재가 있고, 내가 고통이라는 경험을 하고 있는 상태임을 자각할 수 있다면, 좀 더 객관적으로 고통에 대한 나의 반응이나 태도를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이 나만이 겪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다는 보편성을 인지할 수 있다면, 내 고통의 경험이 나와 같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즉, 우리는 나 자신의 고통이 고통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더 가치 있는 경험이 되도록 우리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고통은 곧 당신이 아님을, 당신의 소중한 가치는 이미 존재하고 있고 고통이 당신의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적은 수기를 읽다 보면 그 작가들의 용기와 위대함에 큰 감동과 위안을 얻습니다.

자신의 고통을 숨기기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로 결심한 용기와 자신을 초월함으로써 더 큰 자신과 만나는 위대함을 느낍니다. 물론 쉽지 않는 과정이지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나 자신의 고통을 나의 소중한 누군가가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상상하면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연습이 때론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명상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때로는 제가 상상하기 힘든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었던 고통을 바탕으로 그분들의 고통을 가늠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저의 과거와 현재의 고통들이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고통이 감사하다거나 고통을 더 찾아다녀야 한다는 것을 아닙니다. 그건 자학이지요. 과거 나를 괴롭혔던 고통이 그저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도움을 주고 그들에게 그저 혼자만의 고통이 아니라고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태도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고통은 여러분 각자의 방식으로 가치 있는 일로 승화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고통에 대해 어떤 태도를 선택하실 건가요?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은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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