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장애] 반복되는 생각으로부터의 고통, 참을 수 없다면? 

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을 계속하는 ‘강박장애’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강박적인 생각이나 행동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걸 무시하거나 멈추려는 시도가 억제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런 의식적인 행동이 그 악순환을 강화시키는 경우를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요, 오늘은 강박장애에 대해서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저는 무엇에 대한 강박이 있어서.”라는 말은 일상적으로 쓰입니다. ‘강박’이라는 용어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사용되어 왔습니다. 최근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청결에 대한 강박이 조금 더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반드시 손을 씻고 식사를 하거나 출입문을 드나들면서 손소독제로 손을 소독하는 행동, 책상을 정리하는 행동만으로는 강박장애라고 볼 수 없습니다. 혹시 ‘나도 강박장애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면 조금 안심하셔도 되겠지요?

‘강박장애’를 일컫는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OCD)는 통제할 수 없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특징지어집니다. 강박장애는 인구의 약 2%에 해당하는 흔한 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00명 중 2명이 앓고 있는 이 병은 우리나라의 경우 약 100만 명, 미국을 기준으로 약 650만 명, 세계 인구 중 1억 4000만 명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강박장애 증상에 편차가 있으므로 강박장애 환자 모두가 심각한 상태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미국정신의학협회(APA)에서 발행한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제 5판 (DSM-5 :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5)』에 따른 진단기준에서는 강박장애를 강박장애 및 관련 장애의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강박장애를 아래와 같은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1. 강박 사고 또는 강박적 행동 혹은 둘 다 존재한다. 

 

▪ 강박 사고

-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사고, 충동 또는 심상이 장애 시간의 일부에서는 침투적이고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경험되며 대부분 현저한 불안이나 괴로움을 유발함.

- 이러한 생각, 충동, 심상을 경험하는 사람은 이를 무시하거나 억압하려고 시도하며, 또는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통해 중화시키려고 노력함.

 

▪ 강박 행동

- 예를 들어, 손 씻기나 정리 정돈하기, 확인하기와 같은 반복적 행동과 기도하기, 숫자 세기, 속으로 단어 반복하기 등과 같은 심리 내적인 행위를 개인이 경험하는 강박 사고에 대한 반응으로 수행하게 되거나 엄격한 규칙에 따라 수행함.

- 행동이나 심리 내적인 행위들은 불안감이나 괴로움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키고, 또는 두려운 사건이나 상황의 발생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수행됨.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나 정신적 행위들은 그 행위의 대상과 현실적인 방식으로 연결되지 않거나 명백하게 과도한 것임.

 

2. 강박 사고나 강박 행동은 시간을 소모하게 만들어(예: 하루에 1시간 이상)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한다.

3. 강박 증상은 물질(예: 약물 남용, 투약)의 생리적 효과나 다른 의학적 상태로 인한 것이 아니다.

4. 장애가 다른 정신질환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는다.(예: 범불안 장애에서 과도한 걱정, 신체이형장애에서 외모에 대한 집착, 수집광에서 소지품 버리기 어려움 등)

 

위의 기준에서 보듯,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특정 의식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대적으로 여깁니다. 해당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죽음의 위험과 같은 수준의 신호로 인식하는 것이지요. 강박장애는 강박적인 생각으로부터 불안감을 느끼고, 생각으로부터 수행을 방해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일이나 관계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불안을 경험했다는 자체만으로는 강박장애라고 정의하지 않지만, 손 씻기, 정리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일이나 대화에 집중할 수 없는 강렬한 불안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등의 지속적인 폭력적 사고, 반복적인 성행위 관련 사고, 종교적 믿음에 반하는 사고 등도 흔한 강박적 사고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박장애는 지능 수준이나 실제 믿음과는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 불안의 근거를 좀 더 적극적인 형태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그러한 해명 역시 하나의 강박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요. 이러한 사고들이 우리의 삶을 무질서하게 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상태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이 좋겠지요. 

강박증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강박증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 이러한 사실을 숨기거나 낮은 수준으로 묘사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강박장애의 효과적 치료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등으로 알려져 있으며, 단순히 약물로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의 생각과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강박장애는 ‘경고등’이 위험하지 않은 순간에 오작동하는 것으로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나의 경고등이 오래 지속되거나 울리지 말아야 할 곳에서 울리고 있다면, 근거 없는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의사나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진찰을 받아 보길 권합니다. 지나친 강박사고나 행동으로부터 삶의 질을 방해받지 않고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길 응원합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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