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아닌 사람이 ADHD 약을 먹으면?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많은 분들이 다양한 경로로 ADHD에 대한 정보를 얻으셨을 것입니다.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를 뜻합니다. ADHD는 정신장애 용어임에도,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에서 ADHD에 대해 자주 다루고 있고, 스스로가 ADHD를 앓고 있다고 밝히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유튜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ADHD 증상, 자가진단, 약물치료, 복용하는 약들에 대한 정보 및 후기를 공유하는 글도 점차 많아졌습니다. 성인 ADHD,  아동  ADHD, 조용한  ADHD 등 정보가 넘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ADHD 아닌가 하고 의심이 들어 병원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주의력 결핍 장애로 진단받은 환자의 수가 10만 명을 넘었고, 4년 만에 92% 이상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가 2023년 3월에 발표되었습니다. 30대 여자의 경우는 9배가 늘었으며, 매년 평균적으로 18%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ADHD가 더 이상 아동의 문제로 여겨지지 않고, 성인의 문제로 다루어지며, 이에 따른 약물치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ADHD 약이 치료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일의 효율성과 성적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오남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ADHD 약을 먹고서 일이 잘되고 공부가 잘된다는 후기 등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니 이 약이 ‘공부를 잘하게 되는 약’으로 불리며, ADHD 환자가 아닌데 약을 처방받고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에 환자가 아닌 사람이 ADHD 약을 먹어도 괜찮은지, 또 먹으면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ADHD 환자는 주의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지나친 행동들을 절제하지 못합니다. 이유는 주의 집중력을 조절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도파민(dopamine)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을 높여주는 약물을 복용하면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납니다. 집중이 더 잘되고, 늘 미루거나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못하던 일들을 끝마칠 수 있다며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서 처방되는 ADHD 약은 메디키넷, 콘서타, 아토목세틴염산염 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ADHD 환자가 약물을 복용했을 때 집중력이 높아지고, 충동적인 행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단 약의 종류마다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대체적으로 불면증, 불안 증가, 두통, 어지러움, 식욕 감퇴 등의 전형적인 ADHD약의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증상이 없는 사람이  ADHD 약을 먹었을 때는 어떠할까요?

2015년 연구에 따르면, ADHD 환자가 복용했을 때처럼 건강한 성인이 메틸페니데이트라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ADHD 약물을 복용했을 때, 도파민 수치가 높아졌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메틸페니데이트가 선조체 및 전두엽 피질과 같은 주의력 및 동기부여와 관련된 뇌 영역에서의 도파민 수치를 증가시켰습니다. 높아진 도파민 수치는 개인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켰습니다. Ilieva 연구팀 또한 건강한 성인이 ADHD 약물을 복용했을 때, 작업 기억, 인지 유연성 및 억제, 제어하는 능력이 개선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메틸페니데이트가 주의력 및 실행 기능과 관련된 뇌 영역의 활동을 증가시킨 반면, 보상 처리와 관련된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의 회백질 부피와 영역의 활동도 감소시켰다는 것 또한  발견했습니다. 건강한 개인도 약물의 전형적인 부작용인 혈압과 심박수 증가, 기분과 식욕의 변화를 경험하며, 극심한 불안을 느끼기도 합니다. 

증상이 없는 일반인이 ADHD 약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좀 더 장기적인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겠습니다. 건강한 사람이 ADHD 약물을 복용한다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단지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복용하시기 바랍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정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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