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화 된 한국, 건강한 개인이 모여 건강한 공동체를 만든다

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None of your business(네가 참견할 일 아니야).” “None of my business(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사람들은 보통 '개인주의'라고 하면 미국을 떠올리지만, 이제는 한국이 미국보다 더 개인주의 성향을 보인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실제로, 문화심리학자 홉스테드 교수의 IBM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세계 40개국의 정체성 조사 연구를 보면 한국인의 정체성이 개인주의 성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70년대 각국의 정체성을 조사했을 때, 미국은 개인주의 성향이 100점 만점에 91점인 반면, 한국은 18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인 2002년에 오이스만 교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이제 더 이상 미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매우 강한 개인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급격한 경제 성장과 집합주의의 구속력이 없어졌고, 미국의 개인주의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이러한 성향이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한국학술지에서는 개인주의에 대해 ‘인간의 존엄, 개인의 독자성과 자율성, 자기 책임성을 핵심으로 하는 가치 체계로서 개인을 목적 자체로 보고 자신의 견해가 자신의 행동을 지배해야 한다는 믿음’ 이라 정의합니다.

개인주의는 이기적인 가치관이 아닌, 주체적인 가치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주의란 ‘나’의 이익만 중요시 여긴다는 것이 아닌, ‘나’의 책임을 지고, ‘나’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개인주의 하면 ‘이기적’이라는 의미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단순한 오해이거나 편견은 아닙니다. 개인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바로 현대 한국 사회에서의 개인주의 모습이 개인의 책임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 아닌, 개인의 이기주의적 성향, 개인의 자율성만 추구, 무질서함, 공동선에 대한 무관심, 민주주의 쇠퇴 등의 모습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진 것입니다. 

우리는 쉽게 주변에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도와주지 않고, 관여하지 않으려 합니다. 세대 간의 갈등, 빈부 격차, 소외 계층, 독거 노인, 노인 빈곤의 악화 모두 우리의 잘못된 ‘개인주의’로부터 파생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이익만이 중요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진정한 개인주의란 내가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율성을 가지면서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지며, 개개인이 존중받고 또 서로를 존중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개인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주의 성향이라는 말이 잘못 사용되지 않고, 올바르게 알려지고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건강한 개인이 모여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성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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