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와 외국어를 동시에 배워도 될까?

[정신의학신문 : 건대 하늘 정신과, 최명제 전문의] 

 

언어 습득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었는데,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모국어든 외국어든 배우는 시기가 언어의 구사 능력을 결정하는 데 주요한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외국어를 배운 경우에는 모국어를 사용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와 차이가 없었지만, 성인이 되어서 외국어를 배운 경우에는 모국어와는 다른 부위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즉, 어린 시절에 외국어를 배울수록 모국어만큼 구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UCLA 연구진에 따르면 어린아이들은 외국어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심부운동영역이 주로 사용되나, 성인의 경우에는 인지영역 부위가 더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즉 성인은 이전에 배운 언어를 통해서 문맥이나 규칙을 찾으려고 하는 인지적 학습을 하지만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배운다는 것입니다.
 


보통 3~7세 사이에 모국어와 외국어를 배우면 원어민처럼 구사할 수 있어

모국어 학습 과정은 7세까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7세 이전에 외국어를 배운 경우에는 원어민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수화의 경우에도 5세 때 배운 사람보다 12세가 넘어서 배운 경우에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보입니다. 따라서 7세 이후에 배운 경우에는 언어에 따라 활성화되는 부위가 다를 수 있다는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6~12개월 영아는 양육자가 전달해주는 모국어에 집중하느라 잡음은 스스로 차단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변 소음을 언어로 착각하는 문제는 없어지지만, 우리가 나중에 외국어를 배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r/, /l/ 발음 차이를 인지하기 어려운 이유는 모국어 편향으로 음소로 구분하는 기능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 /r/, /l/ 발음을 아이에게 자주 들려주면 원어민만큼 언어 구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어린 시절부터 모국어 이외의 언어를 배우면 모국어 습득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들을 살펴보면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모국어 학습에 지장을 주지 않고, 설령 모국어 학습이 늦어지더라도 학령기가 되면 대부분 차이가 없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늦출 필요는 없습니다.

 

외국어를 배우면 치매 발병률 4.5년 늦춰, 언어를 배우는 것으로 뇌를 단련시킬 수 있어

어린 시절에 외국어를 배울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은 언제든 학습을 할 수 있는 유연한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언어는 새롭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이를 뇌세포가 유동적으로 반응한다고 해서 뇌의 가소성이라고 합니다. 어른도 충분히 외국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에는 문맥과 이해력이 더 좋기 때문에 원어민처럼 능숙하게 발음할 수 없지만 점점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인지기능을 발달시키기 때문에 치매예방에도 효과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2개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치매 발병률이 4.5년 더 늦게 발병한다고 합니다.

 

다만 성인이 되어서 외국어를 배운다면 환경 조성과 배우려는 의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어에 왕도가 있다면 해당 언어의 나라에 가서 직접 살라는 말이 있죠. 일상을 마주해서 언어를 배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 주어지기 때문에 언어를 빠르게 배우는 것입니다.

외국어를 비롯한 언어를 배우는 것에 흥미가 많으신 분이라면 어떤 환경이든 언어 습득에 성취를 보이시겠지만 외국어를 배울 필요성과 당위만 있다면 스스로 동기를 직접 찾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으로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원어민 친구를 사귀는 방식으로 문화를 접해보는 다양한 경험을 추가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언어는 사람을 통해서 배울 때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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