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여인이 축제에서 만난 멋진 남성과 사랑에 빠집니다. 그 사랑은 세 쌍둥이를 세상으로 불러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세 쌍둥이와 함께할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합니다. 도적들이 마을로 쳐들어왔기 때문이죠. 가장은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그 희생 속에서 마법이 피어오릅니다. 이 마법의 힘은 도적들을 물리치고 세 쌍둥이와 마을 사람들을 보호해 줍니다.

마법은 세 쌍둥이의 가족들, 마드리갈 가문에게 머무릅니다. 마드리갈 가족들은 저마다 특별한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언의 힘, 치유의 힘, 기후를 다스리는 힘입니다. 세 쌍둥이의 자식들도 일정한 나이가 되면 촛불 의식을 거쳐 한 종류의 마법의 힘을 얻게 됩니다. 산조차 움직일 수 있는 힘, 꽃을 피울 수 있는 능력,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능력 등 예상할 수 없는 다양한 마법의 힘들이 각자에게 깃들게 됩니다. 마드리갈 가족들은 이 힘으로 마을 사람들을 보호하고 도우며 살아갑니다.

미라벨은 마드리갈 가문 중에 유일하게 마법의 힘을 가지지 못합니다. 루이사 언니는 산조차 움직일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마을의 굳은 일들을 가볍게 처리합니다. 이사벨라 언니는 예쁜 꽃을 피워 항상 마을을 아름답게 꾸밉니다. 모든 가족들이 이런 엄청난 마법의 힘들을 가지고 있는데 혼자만 마법의 힘을 갖지 못한 미라벨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대개의 사람들은 이런 경우에 스스로를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들이 쌓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의기소침해집니다. 실제로 못마땅한 표정으로 눈치를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라벨의 할머니 아부엘라가 그런 경우입니다. 

이런 상황-능력으로 평가 받는 상황-이 반복되면,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왜 나만 이럴까?’를 넘어서 ‘나는 왜 태어났을까?’란 존재에 대한 물음까지도 말입니다.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신비로운 마법의 힘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항상 만족스럽고 행복하며 스스로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며 지냈을까요?

엄청난 힘을 가진 루이사 언니는 하루 하루가 버겁다고 고백합니다. 매일 자신의 힘이 조금씩 빠지는 것 같다고 합니다. 힘이 없어져 자신이 쓸모없어지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예쁜 꽃을 피울수 있는 이사벨라 언니는 항상 예쁘고 반듯해야만 한다는 기대를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옥죄고 있습니다. 자유로움을 잃어버리고 예쁜 감옥에 갇혀 버린 거죠. 브루노 삼촌은 자신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만 도망가 버리고 맙니다.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속마음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노력을 통해서 얻은 능력이 아니라 그냥 주어진 경우에는 이런 모습들이 더 심해집니다.

 

 

영화가 진행되며 마드리갈 가족들은 마법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가족들은 브루노 삼촌과 미라벨 탓을 합니다. 이런 위기가 찾아오면 많은 사람들은 주로 남 탓을 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약한 사람을 타겟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드는 이러한 생각들은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반복되기 때문에 스스로 주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개 이런 취급을 받는 사람들은 상황에 절망하고 숨어버립니다. 하지만 미라벨은 오히려 가족들을 돕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미라벨은 브루노 삼촌을 찾아내고, 이사벨라 언니와 진정한 화해를 하게 되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을 알아냅니다.

그 과정에서 마드리갈 가족들은 진정한 마법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예언의 힘, 치유의 힘, 날씨를 다스리는 힘, 산을 움직이는 힘, 꽃을 피우는 능력,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능력 등은 진정한 마법이 아니었던 겁니다. 진정한 마법은 두 남녀의 사랑과 그 사랑을 통해 세상으로 온 세 쌍둥이, 또한 그 세 쌍둥이의 사랑과 자식들이라는사랑과 존재 ’그 자체였습니다.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고, 서로가 사랑을 통해 관계 회복을 하면서 진정한 마법은 힘을 발휘합니다. 마법이 없어도 힘을 합쳐 무너진 집을 다시 세우기 시작합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마법이 없어진 마드리갈 가족들을 업신여기지 않고 진심으로 돕습니다. 그 순간 잃어버린 마법의 힘은 다시 마드리갈 가족에게로 돌아옵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정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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