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불행은 나의 행복일까?

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위 사람이 성공하면 배가 아플 때가 있습니다. 반대로, 이웃이 실패하여 좌절하고 있을 때는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타인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처럼, 이웃이 불행을 겪을 때, 우리는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고, 질투하는 심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일본의 타카하시 히데히코 연구팀은 타인의 불행을 봤을 때, 사람의 뇌에서 ‘기쁨’을 담당하는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타인이 불행한 상황에 처한 것을 볼 때, 사람은 쾌락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모든 사람의 불행에 대해서 다 같은 정도의 쾌락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밝혔습니다. 성적이 좋고 인기가 많은 학생에 대한 대본을 읽을 때, 평범한 학생에 대한 대본을 읽을 때보다 ‘고통’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고통’ 영역이 활성화된 참가자들은 실험 이후 설문조사에 인기가 많은 등장인물에 질투를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이후에 인기 많은 등장인물이 불행을 겪는 대본을 읽어주었더니, ‘기쁨’을 느끼는 뇌 영역이 활발해졌습니다. 

연구팀은 이 실험에 대해서 신경전달 호르몬 도파민이 다량 포함된 부위가 활성화되면 기분이 좋아지게 되는데, 질투의 대상에 불행이 발생하면 더욱 활성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의 ‘기쁨’의 정도는 상대방에 대한 질투심이 클수록 높았다고 합니다. 즉, 질투하는 사람이 잘 되면 고통을 느끼고, 질투하는 사람이 실패하면 기쁨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 누구에게 ‘질투한다’고 느낄까요? 

Harmon-Jones와 그의 동료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이 질투심을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미국 대학의 연구팀은 Harmon-Jones와 그의 동료들(2009)의 연구를 확장시켜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발생한 질투심이 특정 뇌 영역과 인과관계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는 좌뇌 전두엽 피질과 우뇌 전두엽 피질을 구분하여 실험했는데 실험자에게 좌뇌 전두엽 피질에 자극을 주거나, 우뇌 전두엽 피질에 자극을 주었습니다. 15분 후, 실험자로 하여금 실험자의 파트너로부터 사회적 고립을 당하도록 하여 좌뇌와 우뇌의 자극에 따라 질투심의 정도가 다른지 실험했습니다.

연구 결과, 우뇌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된 참가자보다 좌뇌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된 참가자들은 더 큰 질투심을 느꼈습니다. 똑같이 질투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좌뇌 전두엽 피질 부분이 자극으로 활성화 되었을 때 더 질투심을 느낀 것입니다. 

 

그렇다면, 질투심은 단지 좌뇌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된 결과일 뿐일까요? 이 연구에서는 성별에 따라 질투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 또한 알아냈습니다. 좌뇌 전두엽 피질에 자극을 받은 실험자 중에서도 소외시키는 파트너가 이성일 경우 더 큰 질투심을 느꼈습니다. 과거부터 질투심은 이성에 대해 다른 동성을 견제하는 성적인 감정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이는 자신의 파트너가 자신이 아닌 다른 이성에게 관심을 돌리면, 혼자 살아남기에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과 연관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연구에서 질투심이 위협적일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과 관련이 있음을 밝혔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세로토닌 수치가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보다 더 질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세로토닌은 기분,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입니다. 즉, 감정 조절 능력도 질투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성별과 상황과 뇌 자극에 따라 질투심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은, 질투가 다양한 인지적, 감정적, 행동적 반응을 수반하는 복잡한 경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누군가의 불행을 즐거워하는 것 이상으로, 감정 조절 능력, 호르몬, 뇌의 자극 또한 질투심에 영향을 줍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비교를 하며, 질투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질투라는 감정에 매몰되기 보다는 관조하는 자세로 ‘질투’라는 감정을 분리해서 관찰해보시기 바랍니다. 질투심에 사로잡혀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더욱 성숙하게 다루어 상황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성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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