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Mail] 어머니의 우울증,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신의학신문 | 이규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어머니의 우울증 문제로 이렇게 고민 상담을 청하게 됐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약 3, 4년 전에 우울증을 앓으셨고 상태가 호전되어 괜찮아지셨습니다. 그런데 올해 2월부터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셨고, 약을 과다 복용하여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계속 누워서 죽고 싶다는 말만 반복하시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 상태가 좀 괜찮은 날에는 같이 산책도 다니고, 집에 혼자 있기 두렵다 하셔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날을 제외하고 나머지 5일은 어머니 곁에서 지켜 드리고 있는데, 조금 괜찮아질 만한 기미가 보이면 아버지가 말을 심하게 하셔서 다시 상태가 악화되는 등 중간에서 중재하는 저도 많이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아버지도 나름 노력하시는데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죽여 달라고 심하게 행동하시면 같이 감정 조절을 못하고 거침없는 언사를 내뱉곤 합니다.

지금 어머니 상태는 계속 누워만 계시고 외부 외출도 거의 하지 않고 계십니다. 입원을 시키려고 하니 아버지가 입원시키지 마라 하시고, 어머니도 병원에 보내면 죽는다면서 누워만 있으신데 도저히 어떻게 해야 될지 방법을 몰라서 누나랑 저는 속이 많이 답답한 상황입니다.

어머니가 이렇게 되신 건 지속적인 아버지의 폭언 때문에 마음의 병이 더 깊어진 건데, 아버지는 이에 대해 인정도 하지 않으시고, 어머니가 조금 괜찮을 때 같이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자고 하면, 같이 가지도 않습니다. 지금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과연 무엇일까요?

지금은 아버지도 심적으로 지쳐서 일도 못 나가시고, 그래도 어머니가 신경 쓰이시는지 어머니랑 같이 누워 계십니다. 누나는 결혼을 해서 당장 제가 어떤 조치라도 취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와서 답답한 마음에 적어 봅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최근 과거에 병력이 있던 어머니의 우울 증세가 심해지고, 약을 과다 복용하여 응급 상황이 발생하는 등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우울감과 함께 무기력감과 자살 사고가 동반되는 점은 다소 우려가 됩니다. 외출도 거의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누워만 계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얼마나 걱정이 많으실까 싶습니다. 이렇게 어머니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치료 방안을 모색하며 곁에서 힘이 되어 드리기 위해 노력하시는 아드님의 마음이 어머니께도 충분히 전해지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연자님께서는 어머니께서 좀 괜찮은 날에는 함께 산책도 해 주시고, 어머니께서 혼자 있는 것이 두렵다는 말씀에 안정감을 드리고자 꼭 필요한 일정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머니 곁을 지킬 만큼 어머니의 회복과 심적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어머니를 향한 사연자님의 사려 깊음과 다정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산책과 같은 가벼운 운동을 통해 자꾸 몸을 움직이거나 문을 열고 나가서 햇볕을 쬐는 시간은 우울감을 완화하고, 유익한 신경화학물질을 분비하게 하므로 지금처럼 어머님과 함께 주기적으로 꾸준히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해 나가신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머니께서도 과거에 우울증 치료를 해 보신 만큼 이성적으로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문제는 현재 어머니께서 치료에 대한 의지가 거의 없으시다는 점이므로, 치료 의지에 불을 지피시려는 가족 분들의 노력과 협조가 필요해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5일 내내 어머니 곁을 지키면서까지 어머니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애쓰심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감정적인 언행으로 인해 어머니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두 분 사이를 중재까지 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사연자님께 많이 버거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사연자님께서도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어머니의 회복에만 쏟지 말고, 본인을 돌보고 일상생활을 잘 해 나갈 수 있도록 적절한 에너지 분배가 요구됩니다. 일단은 사연자님 혼자서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하거나 짊어지려고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현재는 아버지나 누나와 같은 다른 가족 분들이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다 보니, 사연자님께서 어머니의 우울증 치료와 회복에 대한 책임감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아버지와 가능하다면 누나까지 어떻게 하면 어머니께서 우울증 치료에 대한 의지를 회복하고, 전문가를 통해 치료를 시작해 나갈 수 있을지 가족회의를 소집해 보세요.  

어머니의 우울증 치료와 관련해 가족들이 도울 수 있는 부분과 돕기 어려운 영역을 명확히 분별해서 비록 어머니의 우울 증세가 가까운 시일 내에 눈에 띄게 좋아지지 않더라도 너무 좌절하거나 가족들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합니다. 

 

가족회의를 통해 아버지께는 어머니의 일거수일투족, 언행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어머니를 자극하시는 언행은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해 주세요. 그렇게 할 경우, 어머니는 물론 가족 모두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음을 잘 설명해 주시고, 그보다는 어머니께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 어머니를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여 주시기를 당부 드려 보셨으면 합니다.

또 누나 분 역시 비록 출가를 해서 친정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기 어렵겠지만, 어머니께 간단한 안부 전화를 통해 오늘 컨디션은 어떠신지, 식사는 잘 하고 계신지 등 진심 어린 걱정의 마음과 애정 표현을 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아버지나 누나 분도 틈틈이 시간을 내셔서 어머니와 함께 데이트 시간을 가져 보시는 것도 제안해 주세요. 어머니께서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나 영화, 음악회 등등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데이트 코스를 어머니와 함께 계획해 보셔도 좋고 말이죠.

 

한 가지 더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사연자님 스스로의 건강과 일상을 지키는 일에도 시간과 에너지 적절히 투입해서 사연자님의 일상생활이 무너지지 않도록 신경 쓰셨으면 하는 점입니다. 당장 우울 증세가 심각한 어머니를 곁에 두고 사연자님 본인을 챙기는 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치료나 상태의 호전은 하루, 이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본인을 잘 관리하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그러한 일환으로 어머니께도 필요하실 때는 언제나 가족들이 곁에서 도움을 드리겠지만, 사연자님께서도 일이나 사회생활을 유지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어머니께서 이해해 주십사 양해를 구하셔도 좋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사연자님이 아니라, 배우자인 아버지께서 곁에서 더 많이 보살피고 챙기셔야 할 영역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우울증 상태가 조금 호전되는 양상을 지켜보면서 장기적으로 두 분의 관계 개선을 위해 부부상담을 제안해 보는 것도 한번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어머니께서 그간 아버지의 폭언 때문에 마음의 병이 더 깊어지셨다고 짚어 주신 것을 볼 때,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쌓인 마음의 응어리가 크신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우리의 마음도 결국 가장 가까운 사이에 있는 사람과 서로 사랑을 주고받고 교감하는 정신적 행위를 통해 더욱 건강해지고 회복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두 분을 잘 설득하셔서 부부상담을 받아 보시게 하는 것도 어머니의 우울감 완화와 두 분의 관계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모쪼록 어머니께서 가족들의 도움과 전문적인 우울증 치료를 잘 받으셔서 잘 회복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사연자님도 꼭 건강 챙기시고요.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규홍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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