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는 시대, 다시 준비하기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스크 착용의 의무가 사라진 요즘, 마스크를 벗는 일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감정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달라 불안감을 느끼거나 마스크를 벗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착용해 온 마스크를 벗는 것에 대한 마음의 이야기를 나눠 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었는데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에서의 마스크 착용 규정이 자율화되면서, 많은 십 대들은 복잡한 감정을 호소하곤 합니다. 어떤 이들은 답답했던 마스크를 당장 벗어 던졌지만, 어떤 이들은 건강에의 위협을 느끼기도 하고, 갑작스레 얼굴을 모두 드러내는 일에 불안과 어색함을 호소합니다. 

우리 나라보다 일찍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폐지한 유럽 및 미국에서는 일찍이 사회 이슈로 이러한 용어에 대해 다루기도 했습니다. 마스크를 벗는 불안을 의미하는 ‘No-mask anxiety’, ‘Maskless anxiety’, 마스크 없는 불편감을 나타내는 ‘maskless discomfort’등의 다양한 표현이 등장했으며,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도 사회학과 심리학 등에서도 다수의 논문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마스크를 썼을 때 다르게 인지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가 지난해 국제 학술지 인지 연구: 원리와 함축(Cognitive Research: Principles and Implications)에 게재된 영국 카디프대 심리학과 연구진들의 실험입니다. 

해당 실험에서는 여성 대학생 43명을 대상으로 마스크에 따른 남성의 매력도를 평가하게 했습니다. 연구 참여자 여성 대학생들에게 남자 얼굴의 매력도를 1점부터 10점까지 매기도록 했지요. 그 결과, 마스크의 쓴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매력도가 매겨졌다고 합니다. 마스크를 쓴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책으로 얼굴을 마스크만큼 가릴 때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마스크 의무 착용이 오래 지속되어 오는 동안 마스크와 관련된 신조어도 많았는데요, 해외에서는 ‘마스크 피싱(Mask fishing)’이라는 용어를 ‘마스크를 쓴 게 더 멋져 보이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마기꾼’이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로 마스크의 유무에 따른 외모 차이가 마치 사기 수준으로 심하다는 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되면서 ‘마기꾼 심판의 날’, '마해자 자유의 날’이라는 유머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뇌의 편향성’으로 인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얼굴의 부분을 평가하는 뇌의 현상이 발현된 것이죠. 마스크를 쓴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뇌의 인지 행태, 최근 사람들의 심리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우리가 마스크를 쓰며 외모 평가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만큼, 다시 마스크 없이 사는 삶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발달심리학자들은 청소년 발달단계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변화되는 것을 중요한 문제로 지적하며, 마스크로 인한 변화는 심리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정수근 교수는 책 팬데믹 브레인을 통해 "팬데믹 상황에 적응한 뇌는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변화도 어느 정도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으며, 뇌와 마음은 회복될 수 있겠지만 팬데믹 이전의 일상에 다시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스크가 선택 사항이 되고 있는 시대, 누군가에게 “아무도 당신의 외모에 신경 쓰지 않아요.” 혹은 “마스크에 대해 벗는 것을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있진 않나요? 누군가에게는 3년 동안 숨겨져 있다가 누군가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며, 불안하거나 당혹스럽게 느낄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마스크 없는 삶으로 돌아가면서 누군가는 스트레스가 없어 보일 수도 있음을, 또 누군가는 조용한 불안을 경험할 수도 있음을 수용하는 것이 좋겠지요. 반가운 변화에 다시 자연스럽게 맞추어 나가며,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도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서서히 기다려 봅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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