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머물러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 이후로 의료 최전방에서 시민들을 위해 발로 뛰는 상황에서 의료진들이 겪어 온 어려움에도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국가들의 의료 체계와 역량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지요. 오늘은 의료진들의 노고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에 대한 대처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받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쉬지 않고 발로 뛴 의료진들의 노고가 함께 했습니다. 의료 현장에서의 부족한 인력 때문에 많은 의료진들이 밤낮없이 뛰며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해왔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연간 진료 횟수는 16.6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는 OECD 국가 평균(7.1회)보다 2.3배 높고 스웨덴(2.8회)에 비하면 7배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우리나라는 GDP의 7.6%라는 적은 비율의 경상의료비로 지출하고 있고 있으며,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 간호사의 수는 6.9명입니다. 의료진들이 지고 있는 부담도 상당하다는 것이지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이하 맥킨지)는 지난해, 코로나가 간호 노동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일본, 프랑스, 호주의 응답자 중 20~38%가 현재의 역할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전의 조사한 결과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현장을 떠나고 싶다는 의견을 가진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의료 인력의 부족 현상이 증가할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보고서에서 의료진이 병원에 머무르는 가장 큰 이유를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답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세계 각국의 조사들이 공통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는 것이지요. 일에 대한 참여감, 의미가 있는지의 여부, 건강의 유지 등이 근무 지속을 결정하는 요소들이라는 것이죠. 

고령화 사회와 증가하는 만성질환을 대비하기 위하여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의 건강 문제가 의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 예방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였고, 전문적 가치도 커져 가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의 의료 시스템과 네트워크는 다르고, 각 나라의 의료진에 대한 복잡한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까요? 의료 인력의 역할을 규정해 나가는 일에 의료진과 환자분들이 함께 관심을 가지고 머리를 맞대어 본다면, 국민 건강 증진과 환자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보다 좋은 길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의료 현장에서 어려운 상황에 위기를 짊어지고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 나가는 모든 의료진 분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전해 봅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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