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 기술 속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 세계에서 가장 이슈가 된 인공지능 ‘Chat GPT’ 사용해 보셨나요? 마이크로소프트 회사가 야심 차게 내놓은 인공지능 Chat GPT의 출현으로 많은 교육업체, 세상이 뒤흔들렸습니다.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Chat GPT로 에세이를 작성해 제출하여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Chat GPT로 썼는지를 판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미국 대학교 내에서 논문이나 에세이 제출에 Chat GPT를 사용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금지했습니다. Chat GPT는 단지 교육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경력 있는 능숙한 프로그램 개발자가 코디하는 데 2주가 걸리는 일을 Chat GPT는 5분 안에 끝내 줍니다. 심지어 Chat GPT 답변은 사람이 한 것과 비슷하게 완성도가 높습니다. 단순히 ‘Siri’ 나 ‘Hey Google’에게 “불 꺼줘!”와 같은 단순하고 간단한 명령이 아니라, 문제를 풀어 완성도 높은 해결책을 찾아 제시해 줍니다. 사람처럼 말입니다. 이제는 정말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에 깊숙하게 영향을 끼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과학 기술로 인해 사람의 삶이 달라진 것은 Chat GPT가 처음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도, 농사를 짓던 1차 산업에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일하는 환경이 지금의 사무실과 같은 구조로 바뀌는 등 인간의 삶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여 삶의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인공지능, 산업혁명과 같은 과학 기술의 출현은 우리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기대가 되면서도 동시에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지금까지 과학 기술의 발전은 현대인의 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 주는 다리가 되었나요? 아니면 단절시키는 벽이 되었나요? 

먼저, 과학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대인관계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들을 떠올려 봅시다. 코로나19로 오랜 기간 동안 폐쇄되었을 때, 줌 미팅(ZOOM Meeting)과 같은 화상 회의 어플리케이션으로 수업을 이어 갈 수 있었습니다.

학교나 학원에 직접 방문하는 것이 아니어도, 집에서 선생님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화상 통화는 국내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전 세계 어디서든 같은 링크로 참여하여 여러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화상 회의뿐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과 같은 SNS는 평소에 잘 연락하지 않더라도 지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그들의 근황을 알 수 있습니다.

SNS에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올려 다른 사람들과 쉽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해외에 있어도, 먼 곳에 있어도 얼굴을 보며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메신저로 쉽게 연락하고, 약속을 잡을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SNS, 화상통화, 메타버스 등 자유롭게 그리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관계를 유지하는 데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때도 과학기술은 사람 사이에서 연결 고리가 되어 줍니다.

 

 

Finkel 연구팀에서 한 실험을 했습니다. 온라인 데이트 웹사이트가 지속적으로 강한 로맨틱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궁금해했습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연구 결과는 온라인 데이트 웹사이트에서 만난 커플들이 그들의 관계에 더욱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헤어진 커플 수도 더 적었습니다.

다시 말해, 연인을 찾는 데 과학 기술이 도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파파고 또는 구글 번역기와 같은 어플리케이션은 국경을 넘어, 언어의 장벽을 해소시켜 줍니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모르더라도 번역 기능의 어플리케이션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와도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입니다. 

기술이 우리로 하여금 더 쉽고 빠르게 연결해 주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만큼 새로운 고민과 걱정이 생겼습니다. 서로의 근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SNS 활동은 되려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활동을 당분간 하지 말라고 권면할 만큼 SNS가 사람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사람은 대부분 못난 모습보다는 당연히 좋아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올리려고 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면 예쁘고 잘생기고 날씬하고 여행 다니고 명품 선물을 받는 등의 화려하고 행복한 일상의 사진과 영상들이 가득 올라와 있습니다.

비교를 더욱 쉽게 만들고, 갈등도 높아지는 데 특히 청소년들은 더욱 취약합니다.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을 갖게 되거나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도록 만듭니다. McDaniel와 Coyne(2016)는 SNS 사용이 사람들의 질투심을 더 유발하고, 관계에 불만족감을 높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즉, SNS 사용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일수록 질투심이 더 높고, 불만족감을 쉽게 느꼈습니다. 

 

이렇듯 빛과 어둠이 함께 존재하는 과학 기술의 이로운 점을 극대화하고, 해로운 점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우리 스스로가 과학 기술이 앞서 이야기한 우려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학기술이 관계를 더 끈끈하게 이어 줄 수 있지만, 과학기술의 이면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 멀어지게 만드는 요소도 존재합니다.

새로운 관계를 맺고, 멀리 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데 과학 기술을 사용하되, 매일 아침 쉽게 접할 수 있는 SNS 속 아름답고 완벽해 보이는 사진을 보고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 대신 SNS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더 알아가고, 소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마음도 건강하고, 건강한 관계도 풍성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성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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