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뇌과학- 사랑에 빠지면 일어나는 일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치 ‘사랑의 물약’이라도 마신 것처럼 무엇을 해도 예뻐 보이고, 어떤 행동을 해도 귀여워 보이는 소위 말하는 ‘콩깍지’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설레고, 그 사람의 사진만 보아도 미소가 지어지는 그때,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fall in love)고 표현합니다. 우리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게 하는 사랑의 물약은 사람의 몸 안에 존재합니다. 

사랑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인류학자이자 진화심리학자인 헬렌 피셔(Helen Fisher, 2011)는 사랑에 빠지는 것은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사람의 경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로맨틱한 사랑은 보편적으로 특정한 뇌 체계와 호르몬과 연관되어 있어서, 태어날 때부터 인간은 사랑할 수 있는 호르몬과 뇌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랑에 빠지는 현상’은 과학적으로 어떤 호르몬과 뇌 메커니즘이 관련되어 있을까요.?

헬렌 피셔와 아론, 브라운(2005)이 수행한 연구는 도파민과 사랑의 관련성을 발견했습니다. 즉, 로맨틱 관계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관장하는 도파민이 결정적인 사랑의 물약이 됩니다. 내 곁에 있는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가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고, 행복해지는 것은 도파민이 방출되어서입니다. 보통 사람이 낭만적인 사랑을 경험할 때 뇌에서 도파민이 방출되고, 이로 인해 뇌의 보상 센터인 미상핵이 활성화됩니다. 낭만적인 파트너의 존재로 자신에게 즐거움과 행복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더 알아보자면,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 도파민의 방출에 관여하는 신경계와 활성화되는 복측 피개 영역(VTA), 미상핵, 전두엽 피질 등의 여러 뇌 영역이 있습니다. 복측 피개 영역(VTA)은 도파민 방출에 관여하고, 미상핵은 보상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랑과 관련된 뇌 영역은 감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어떤 파트너에게 끌리고, 선택할지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도파민의 방출이 단지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과 사회적 행동을 담당하는 전두엽 피질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Acevedo와 Aron(2009) 연구팀은 복측 피개 영역, 미상핵, 뇌섬엽과 같은 특정 뇌 영역이 함께 작용하여 낭만적인 관계와 관련된 강렬한 사랑과 연결의 감정을 생성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 사람에게 매혹당해 배우자로서 선택하는 것은 단순한 판단이 아니라, 우리의 신경, 뇌, 감정을 활성화시킨 결과입니다. 

로맨틱한 사랑의 경험에 기여하는 호르몬은 도파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옥시토신은 ‘사랑의 호르몬’이라고도 종종 불리울 만큼 로맨틱 사랑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호르몬입니다. 옥시토신은 타인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되도록,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도록 돕는 호르몬 입니다. 

도파민뿐 아니라 유대감을 촉진하는 옥시토신, 테스토스테론, 코르티솔 등 다양한 호르몬은 각각 다른 역할로 사랑의 로맨틱 관계에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 몸 안의 다양한 호르몬—옥시토신, 베소프레신, 코르티솔, 테스토스테론—의 변화는 사람 사이의 관계 형성뿐 아니라 관계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 사람에게 끌리고, 애인으로 선택하고, 정서적 유대감을 촉진하고, 애인과 신뢰를 쌓아 가고, 관계에 만족하는 것까지 우리 안의 호르몬과 신경계와 뇌 영역은 밀접하게 관여합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다양한 사랑의 물약들이 기쁨, 신뢰, 유대감을 만들고, 특별한 파트너를 선택하도록 큐피드 역할을 하는 것이죠.

지금 곁에 있는 연인을 보고 첫눈에 반했던 기억이 나시나요? 어떤 감정을 느끼셨었나요? 

이 모든 호르몬과, 신경계와 뇌 메커니즘이 모두 활성화되어 사랑에 빠진 것이라면,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가히 ‘운명적‘ 또는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인, 배우자는 호르몬, 신경계, 뇌의 영역이 활성화되어 선택한 ‘운명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더욱 소중하게 생각해 보세요. 

사랑하고, 가까운 관계일수록 많이 부딪힐 수 있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나의 신경과 호르몬과 뇌가 선택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져 보세요. 뜨거운 첫사랑의 도파민이 아니더라도 따뜻하게 유지하는 옥시토신이 든든한 신뢰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겁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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