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인터뷰] 합정 꿈 정신과, 장승용 원장을 만나다

[정신의학신문]

안녕하세요, 선생님. 개원 축하드립니다. 꿈 정신건강의학과라고 이름을 지으셨어요. 여기에는 어떠한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장승용]

정신과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을 당시 ‘꿈’이라는 개념에 대해 깊이 공부를 하게 됩니다. ‘꿈의 해석’이라는 책의 저자인 프로이트에 대해서 한 번 즘은 들어 보셨을 거라 생각해요. 이 프로이트가 정신의학과 꿈을 연관시켰고, 현재까지도 정신의학에서 중요하게 배우는 주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을 만나다 보면 현재 겪고 있는 심리적 어려움이, 혹은 오래전부터 감추어져 있던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욕망이 꿈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적인 접근을 할 경우, 꿈과 관련한 이야기는 흥미 정도의 느낌으로 조금씩 꺼내며 이야기를 하다가, 면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정신분석적 치료 절차를 거쳐 심리적 회복의 과정으로 들어서게 되죠. 이렇듯, 꿈은 정신과라는 과목에서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 이름에 꿈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어떨까라고 생각을 했죠.

다만, 정신과 의사라면 꿈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 이미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아직까지 ‘꿈’이라는 한 글자로 된 병원 이름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정해버렸죠.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정신의학신문]

꿈이라는 것이 정신의학에서 중요한 개념인지는 몰랐던 것 같습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꿈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거나 풀이한다 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꿈 해몽 이런 것들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오히려 비과학적이기 때문에 흥미 위주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은데, 실제로 꿈과 정신의학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나요?

[장승용]

정신의학에서 꿈은 의식적으로 우리가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부분, 무의식이 표현되는 방식으로 봅니다. 이에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라는 책을 내놓았고, 이 책에서 꿈을 무의식 속에서의 욕망이 표출되는 장소라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저명한 정신의학자인 융 역시도 꿈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인지되지 않는 부분들이 꿈에서 보상적으로 나타나게 되기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꿈 속의 내용,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기고 이와 관련된 것들을 떠올리는 작업을 통해서 사람의 내면 속에 있는 중요한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환자분들 진료를 하다보면,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의 꿈들을 꾸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용의 상세한 부분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로 쫓기는 꿈, 어디선가 떨어지는 꿈을 꾸셨다면서 잠을 자기는 잤는데 깊게 자지 못했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분의 당시 상황과 상태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보통 내가 외면하는 부담되는 것이 있는 경우이거나, 나를 괴롭히는 마음 속의 감정이나 트라우마가 나를 쫓아다니는 경우일 수가 있지요. 방금 말씀드린 해석은 보편적으로 환자분들에게 해 드리는 해석이기 때문에, 각 개개인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은 어떤 환자분과 장기간 면담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꿈과 무의식 간의 관계에 대해서 꾸준히 해석을 해드렸었죠. 하지만 해석이 와닿지 않으셨는지, 잘 받아들이지는 못하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진료가 계속되던 중, 어느 순간부터 본인이 느끼고 있던 감정을 인지하시게 되었고 그제서야 비로소 얽매여 있던 무의식에서 자유로워지셨는지 꿈에서 본인이 하고 싶었던 직업, 취미생활을 즐기는 꿈을 자유롭게 꾸기 시작하셨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면담 내용도 더 풍부해지고 치료 효과가 좋아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실제로 정신의학에서 꿈은 환자분의 깊은 무의식을 이해하는 좋은 도구이자 거울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신의학신문]

합정역에 개원을 하셨어요. 흔히 힙하다고 하는 홍대, 성수와 가까운 합정 역시 젊은 느낌이 물씬 나는데요. 합정역이라는 위치에 개원을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장승용]

합정역은 홍대와 가까워서 대학생들과 같은 젊은 분들만 많은 것으로 생각이 되지만, 생각보다 사무실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는 곳입니다. 연령층도 20~4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고 이에 따라 환자분들이 고민하시는 문제도 다양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대 분들에게는 학업, 진로 등의 문제가 있을 것이고 30-40대 분들에게는 직장 내 어려움, 가족 내에서의 어려움 등과 같이 말이죠. 광화문에서 진료를 볼 때도 느꼈던 부분인데, 한 주제에 국한된 문제보다는 다양한 문제들을 접하고 도움을 드릴 수 있었던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미약하게나마 다양한 분들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이 곳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진료 외적으로 홍대/합정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 해소하기 위해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음식을 즐기는 편인데 홍대나 합정 지역에 한 번씩 가곤 했거든요. 개원 위치를 고민하다가 살펴보니, 서울에서 합정/홍대만큼 다양한 가격대의 맛있고 특색 있는 음식점들을 만나기 좋은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료가 끝나고 힘든 날. 병원 근처의 장소들을 찾아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당연히 내부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쓰셨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선생님께서 앞으로 계속 진료하실 공간이고, 환자와 소통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잖아요? 공간을 꾸미는 데에는 어떠한 마음, 어떠한 철학들이 담겨 있을까요?

[장승용]

저는 환자분들이 느끼시기에 편안한 분위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서 깔끔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날 수 있도록 밝으면서 조명에 신경을 좀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저희 병원 대기 공간이 상대적으로 다른 병원에 비해 협소한 편이라, 분위기만큼이라도 따뜻하고 편안하게 있으실 수 있도록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저희 병원 인테리어의 가장 큰 장점은 진료실에 들어왔을 때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 통창입니다. 진료실 뒤로 통창이 있다보니 개방감이 좋아서 환자분들이 진료를 받으실 때 답답함이 사라지고 시원하게 느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일상에서의 답답함이 진료실에 들어오시는 동안만이라도 해소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진료를 받다보면 심적으로 우울하고 답답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통창이 이런 기분을 완화해줄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네요. 저도 보기만 해도 속이 탁 트이는 것 같습니다. 이 다음은 단골 질문인데요. 선생님께서는 의사, 특히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장승용]

만약 저에게 다시 의대 시절로 돌아가서 다시 본과를 정할 수 있다고 한다면, 주저없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할 정도로 정신과 의사에 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지는 않지만, 어려서부터 친구들이나 남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거나, 또 필요하다면 제 생각을 정리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막연하게나마 사람들과 만나서 상담을 해주는 직업을 업으로 삼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고, 의사가 되어 약물치료도 같이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라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정신과 의사로 수련을 시작하고 나서는 이 분야의 매력에 더 빠졌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었고, 삶 속에서 모르고 지냈던 어려움을 함께 발견하기도 하고 여느 과보다도 환자-의사 관계가 치료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하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정신의학신문]

특별한 계기는 없다고 하셨지만 선생님의 성향과 환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 더 따뜻한 것 같습니다. 정신과에서도 세부 분야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관심있으신 분야, 또는 주제가 있으실까요? 어떤 분야, 그리고 왜 그 분야에 더 관심이 있으신 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장승용]

사실 정신건강의학과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질환은 우울증일 것입니다. 수련하는 중에도 우울증을 가장 많이 접하게 되고, 관련한 환자와의 면담할 기회도 많았죠.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성인 ADHD(주의집중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가 미디어에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고, 실제 진료실에도 많은 환자분들이 본인이 성인 ADHD 인 것 같다고 찾아오셨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한 적이 많았어요. 전공의 시절에는 전공의라는 병원 내 지위 특성상 초진 ADHD 의심 환자분들을 뵐 기회가 적었던 것도 있었고, 실력 또한 부족하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이 때부터 성인 ADHD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하였고, 많은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죠. 좀 더 많은 공부를 하고 많은 환자분들을 보게 되면서 ADHD 환자분들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증상들도 있지만, 각 개인들마다 어려움을 겪는 다른 증상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ADHD다! 라고 생각하고 진료를 보기보다는, 환자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인지행동치료적인 접근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ADHD 명의로 저명하신 반건호 교수님께서 작년에 발간하신 저서에 ‘ADHD의 진단이 복잡하고 어려워 양파 속을 까는 작업같다.’ 라고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진단이 어렵지만, 약물치료/인지행동적 접근을 통해서 삶에 도움을 받는 환자분들을 보면 유난히 보람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정신의학신문]

그러셨군요. 이미 오랜 기간 공부를 하셨을텐데, 진료를 보시면서도 필요한 영역에 대해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계신다니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최근 성인 ADHD 환자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씀해주셨듯이, 몇 년째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환자가 늘어나고 있잖아요? 많이 개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쪽에서는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아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조금 더 마음 편히 정신건강의학과로 이끌 수 있을까요?

[장승용]

결국에는 저를 포함한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이 해야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최근 방송에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이 많이 나오시면서 문턱을 많이 낮추어주신 것처럼, 더 많은 선생님들이 미디어나 SNS에서 활동을 하시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선생님들이 미디어에 출연을 할 수는 없으니… 결국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제일 기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특성상 선생님의 진료 스타일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저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진심을 다해 진료를 본다면 환자분들에게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정신의학신문]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다라는 말이 굉장히 의미있게 들리는군요. 기본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종종 그 기본, 초석을 놓치고 무엇인가를 할 때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전달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장승용]

제가 비록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이제 중년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삶은 굴곡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사로써 진료를 볼 때도, 한 가정의 남편/아버지로써도 즐거움이 존재하지만 힘듦과 어려움이 함께 존재하는 거는 자주 느끼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즐거움과 슬픔은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양립해야지만 세상에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면서 굴곡을 마주하다보면 어떤 순간에 편안함과 성취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합정/홍대에 많은 젊은이 분들과 직장인 분들 역시 매일매일 학업과 직업에서 어려움을 겪으시겠지만, 또 하루/며칠이 지나가고 나면 즐거움도 올 것입니다. 저 역시도 오늘 진료를 마친 이후에 아내하고 맛있는 야식을 먹을 생각을 하며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마주하기 힘든 너무 큰 어려움이 다가온다면 그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심리 상담사 선생님들의 사무실도 활짝 열려 있으니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단순히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지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방문하는 것이 다소 꺼려지시더라도 방문하시기를 권유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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