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증후군- 어른으로 살아가려면 필요한 것 

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 또는 '피터팬 콤플렉스'를 들어 보셨나요? 피터팬, 동화 속 주인공 피터팬이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아이들만 있는 네버랜드에서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아 있는 있는 내용에서 파생된 용어입니다.

이야기 속 웬디와 다른 고아들은 피터팬의 선택과는 다르게 네버랜드를 떠나 현실 세계로 돌아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는 길을 선택합니다. 피터팬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피터팬처럼 성인이 되었음에도 현실에 적응하지 않고, 어린아이의 마음가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1970년대 미국의 20대 청년들과 1980년대 경제 위기를 겪었던 일본의 청년들이 현실 세계에 적응하기를 거부하고, 어린 소년으로 남아 있고자 하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처음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D. 카일리가 '피터팬 증후군' 용어를 사용한 것이 바로 이때 1970년대입니다. 이처럼 몸은 어른이지만 어른들의 사회를 도피하는 ‘어린아이’가 늘어나는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용어인 것이죠.

 

피터팬 증후군의 기저에는 성인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서, 어른의 책임과 의무를 받아들이지 않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어린아이로 남아 있고자 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경제적인 상황이나 어쩔 수 없는 일로 인해서 독립을 못하게 된 경우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 세계에서 성인으로서 해야 하는 일과 책임지는 상황으로부터 도망치고 회피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어린아이와 어른의 차이를 생각해 봅시다. 어린아이는 부모에게 모든 것을 의존합니다. 대신 모든 권한은 부모에게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안위를 책임지면서 동시에 자녀를 지배합니다. 이 시기에는 어린아이에게 자유와 선택이 많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생활 습관, 거주 환경, 언어 모두 부모로부터 교육을 받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부모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선택의 자유와 함께 결과에 대한 책임도 동시에 얻습니다. 이러한 자유의 대가인 책임을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그의 저서 『자유로부터 도피 』에서 사람들은 자유가 주는 고통, 책임져야 하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강압적이고 지배적이었던 히틀러의 나치즘과 파시즘을 원하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뜻과 주장이 확고한 리더이자 지배자를 추종하며 자유와 선택의 책임도 함께 반납한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어른’이란 어떠한 존재인가요? 어떠한 사람을 ‘어른’이라 생각하시나요? 본인은 진정한‘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피터팬이 아닌 현실 세계에 적응하는 어른이 되는 길은 무엇일까요?

저명한 정신과 의사, 스캇 팩(M. Scott Pack) 의 저서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저자는 삶에서 훈육을 강조하며, 자기 절제와 훈육이 인생의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즐거움을 미루고, 할 일을 하는 절제와 훈육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중 하나는 ‘진실, 현실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현실의 문제가 그저 사라지기를 바라고, 외면하고, 해결을 피하고, 도피하려는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실을 명확하게 인지해야만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직면하는 문제들, 또는 어린 시절에 겪었던 문제들은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문제에 직접 부딪혀 해결하지 않으면, 그 문제는 그대로 남아 본인의 자아 성장과 발전에 지속적인 장애물이 됩니다. 내가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지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셔도 좋겠습니다.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성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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