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s Mail] 수험생 시절의 스토킹과 대처법

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일 년 전에 대입 수험생활을 마친 대학생입니다. 저는 수험 생활 때 스토킹 비슷한 것을 당했는데요, 스토킹 당하는 것을 알게 된 이유들과 지금 상황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합니다.

일단 확실한 것들부터 먼저 적어 볼게요. 첫 번째로, 저는 학원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학원에서 공부를 할 때 책을 대부분 꽂아 두고 나오잖아요? 학생이면 중요한 부분을 체크할 때 책 모서리를 접어 두잖아요, 그런데 다음 날에 학원에 다시 와 보면 책 오른쪽 아래 모서리가 접혀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접어 둔 게 아니에요. 이런 일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반 년 넘게 계속되었습니다. 학원에서 일하시는 청소 아주머니들께서 책꽂이에 꽂아 둔 책을 꺼내서 접진 않을 거 아닙니까? 프린트도 찢어져 있는 일이 꽤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이 저에 대해 이상한 소문을 믿고 있더군요. 생판 처음 만난 친구들이라면 아무것도 모를 거 아닙니까? 저는 SNS도 안 해서(취향이 게임이랑 만화를 좋아해서 ㅎㅎ) 친구들이 저에 대해 알 수도 없을 텐데요.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것도 아닙니다. 먼저 성생활이 문란하다든지, 제가 사회탐구를 하고 수학을 못하는 문과생이라든지(문과생을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소문이 나면 당혹스러우니까 말한 겁니다). 친구들이 이상한 소리를 하기에, 일단 성실하게 과 생활을 하고, 친구들한테 친절하게 대하면 안 그러겠지 하고 잘 지내서 지금은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아요(저랑 특히 친한 친구 두 명이 그러더군요).

세 번째로, 제가 인터넷 유튜브를 보고 댓글을 달거나 하면, 예를 들어 ‘일본어 공부를 했다.’ 그러면 일본어 관련 저를 비하하는 댓글이 달립니다. 그러나 저를 특정하고 있진 않습니다. 두 번째처럼 허위적인 내용을 덧붙여서 저를 인신공격하고 모욕하는 댓글이 달리더군요.(이것의 순기능은 제가 유튜브랑 커뮤니티를 거의 안 보게 되었다는 거죠). 

수험 생활 초기에 이런 일을 당했을 때는 매우 당황스러웠고, 분노했고, 무섭기도 했는데, 지금은 덤덤해졌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처럼 인터넷을 이용한 스토킹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사실 다른 증거들도 많은데, 더욱 간접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합니다).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저를 욕하는 것도 간접적인 방식입니다. 제가 유튜브에 댓글을 달면, 제게 댓글을 바로 달지 않고, 조금 뒤에 제 사생활과 관련된, 그러나 허위적인 댓글이 달립니다. 욕해서 공식적으로 신고한 적은 없고, 신고하지도 못할뿐더러, 친구들도 관련이 없어 보이고, 누군지는 위의 사건들과 제가 겪은 일들을 통해 특정이 되는데 굳이 신고하지 않는 겁니다.(수험생이었어서 연락할 사람이 적은 게 도움이 되더군요, 저를 알고 있는 누군가일 확률이 높고, 시간이 많거나 돈이 많은 사람일 것이고, 또한 허위 사실의 내용을 확인하면 대충 누군지 짐작이 갑니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네요. 제가 걱정하는 건, 첫째로 이런 별 것 아닌 행동이 발전해서 저와 제 가족들에게 물질적, 생명적 피해가 가진 않을지, 발전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둘째로, 제가 당시 수험생이었어서 스트레스로 인해 과민 반응했을 수도 있는데요, 스트레스로 인한 착각이었는지? (일단 책이 계속 접힌 건 사실인데, 나머지는 제가 과대 해석 했을 수도 있어요.)

질문을 요악하자면, 수험생활에 스토킹 비슷한 것을 당한 적이 있고, 현재 진행형인데, 피해가 심하지는 않다.

1)  약간의 스토킹 의심 행동이 더 확대되지 않게 하려면 무반응하는 것이 답인가요?

2) 스트레스로 인한 착각으로 보입니까? (일단 책이 훼손된 건 사실입니다.) 객관적으로 답해주셨으면 합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반갑습니다. 올려 주신 사연을 잘 읽어 보았습니다. 수험생 시절에 누군가로부터 지속적인 스토킹을 당해 왔고, 대학 진학 이후에도 친구들이 사연자님에 관해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네요. 

사연자님께서 적어 주신 사연을 보면, 몇 가지 일련의 사건들이 있으셨는데요, 차례대로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첫 번째는 수험 생활을 할 때 학원에서 있었던 일로, 누군가가 사연자님께서 책꽂이에 꽂아둔 책의 모서리를 지속적으로 접어 두거나, 또 프린트도 찢어져 있었다고 하니 많이 놀라고 속상하셨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물리적인 흔적이 직접 눈으로 확인되는 부분이므로, 사연자님께서 사실 여부를 착각하거나 누군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혼동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것이, 사연자님의 마음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고, 또 나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는 생각에 상당히 마음이 불안하고 긴장되셨던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다만, 당시에 학원 선생님이나 원장님께 이 부분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혹시라도 범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상의해 보셨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게 해서 누군가의 불온한 시선과 부당한 행동으로부터 벗어나고, 자신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고, 나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연자님께 크게 악의를 품거나 책을 접는 행위 이외에 사연자님의 신변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동에 노출된 것은 아니었기에, 사연자님께서도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신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마무리되어 잊고 지냈던 수험생 시절의 일이 다시금 떠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대학에 진학한 후에 친구들이 사연자님에 대해 이상한 소문을 내고, 또 그것을 믿고 있다는 데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더구나 이제 막 대학에 진학해서 서로에 대해 모르는 동기들이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면, 누구라도 견디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연자님께서는 일단 그런 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크게 개의치 않고, 자신이 할 일을 성실히 해 나가면서 친구들에게도 보란 듯이 더 친절하게 대하신 점은 어찌 보면 대인배적인 면모를 갖추신 분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그렇게 해서 사연자님을 둘러싼 안 좋은 소문이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속상함과 찝찝함, 억울함 등이 마음속에 잔존하고 있기에, 때때로 사연자님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듯합니다

사연자님께서는 대학 입학 후 초기였기 때문에 괜히 소문에 대놓고 반응했다가 일이 더욱 커지는 것은 아닐지, 사람들에게 더 안 좋은 인상을 주지는 않을지 등등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으셨을 테지요. 그래서 소문은 소문일 뿐,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 증명하기 위해 성실히 생활하며 소문이 잦아들기를 바라셨던 듯합니다. 

그러나 사실도 아닌 모함으로 인해 누군가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릴 때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서 진상을 명확히 밝히거나, 소문을 해명하며 당당히 맞서는 것도 스스로를 좀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했을 때 뒤늦게라도 나의 마음속에 억울함이나 찝찝함 같은 안 좋은 감정의 찌꺼기가 해소되고, 나중에라도 후회가 덜 남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세 번째 사건을 살펴보면, 사연자님께서 인터넷 유튜브에 댓글을 달면 누군가가 사연자님께 인신공격하는 댓글을 단다는 것인데요, 온라인상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서로의 댓글에 의견을 달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모르는 타인에게 악플을 달거나 공격하면서 자신의 ‘심리적 해우소’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연자님의 댓글에도 그저 사연자님을 잘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가 댓글을 단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댓글을 보시고, 사연자님께서 그동안 겪은 사건들의 주동자들과 연관 짓는 것은, 명확한 증거가 있지 않는 한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그런 댓글들을 일일이 읽어 보면서 괜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시는 것이 지금 사연자님께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정말 참기 힘든 악플이나 신고가 필요한 내용이라고 판단되시면, 직접 신고를 해 보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렇게 신고해서 범인을 잡을 수도 잡지 못할 수도 있지만, 사연자님을 괴롭히는 익명의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해 스스로 기울일 수 있는 노력은 다 해 봤다는 후련함이 남겠지요.

물리적인 흔적을 남긴 첫 번째 사건 외에 사실 다른 사건들의 진위 여부는 사연자님께서 가장 잘 알고 있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사연에 적어 주신 내용만으로 진위 여부를 판가름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계속해서 이것이 정말 스토킹이 지속되는 상황인지, 아니면 신경이 과민해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누군가가 사연자님을 스토킹하고 있다는 믿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 헛갈린다면, 믿을 만한 주변 분들, 친한 친구나 가족 분들에게 이 사실에 대해 털어놓고 의견을 구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혼자만의 생각에 너무 골몰하거나 갇혀 있기보다 사연자님에게 일어난 일들을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현실 검증력’을 길러 가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현실 검증력이란, 현실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말하며, 현실과 현실이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스스로도 과민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신 것 같아 이 부분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연 내용으로만 보면, 누군가 크게 사연자님께 악의를 품고 사연자님이나 가족분들에게 크게 위협이 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되오나, 계속해서 이 부분이 걱정되신다면 가족이나 친구들 또는 전문가 등을 만나서 좀 더 세심하게 상담을 나누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모쪼록 잘 해결되어서 마음이 평안한 날들을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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